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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를 시작하며 학원에서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보통 저녁 11시입니다. 요즘은 조금 늦게 오는 편입니다. 마지막 수업이 예비 고3반 수업인데 좀 더 신경을 써 주다 보니 귀가 시간이 약간씩 늦어졌습니다. 집에 와서 배가 고파 밥을 먹었습니다. 밥을 먹으며 수조를 살피니 며칠 동안 계속 상태가 안 좋은 수조에 물고기 두 마리가 죽어 있었습니다. 소금욕을 해 주었는데 별 효과가 없었나 봅니다. 밥을 급하게 먹고 박테리아제 PSB를 넣어주었습니다. 잠깐 쉬었다가 수조 물갈이를 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거실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집사람이 깨워 겨우 방에 들어가 잤습니다. 꿈자리가 사납고 몸도 좋지 않아 오늘은 새벽 일찍 깨었습니다. 간만에 페이스북을 검색하며 뒹굴이 하다가 창문을 열고 새벽 공기를 씌었습니다. 정신.. 더보기
가을 사랑 9시에 출발하려 했었는데 점점 출발이 늦어졌다. 목공드릴과 썬텐지 그리고 축양장 만들 목재를 사기 위해 을지로로 1711번을 타고 10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12시에 영문학과 동창들과 점심 식사 약속이 있었으므로 마음이 무척 바빴다. 마음 한 편에서는 점심 약속 후에 갔다 올까라는 생각도 일었다. 일단 가기로 했으니 부지런히 갔다 오기로 했다. 중간에 100번으로 갈아타고 을지로 4가에서 내렸다. 먼저 단골 철물점에 들어가 목공용 3mm 드릴을 샀다. 드릴이 좋아서인지 다른 곳의 드릴보다 거의 두 배는 비쌌다. 시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지난번에 작업하다 뿌러 먹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어메 아까운 거. 10개를 샀다. 철물점에서 1분 거리에 썬텐지 가게가 있었다. 애들 창문에다 붙일 썬텐지를 1m.. 더보기
레드턱시도하프문 혈홍을 키워볼까, 레드턱시도하프문을 키워 볼까 망설이다가 레드턱시도하프문을 키워보기로 했다. 몇 년 전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구피인데 지금도 일정 매니아층을 갖고 있는 물고기이다. 아침에 일어나 예전에 검색해 놓은 레드턱시도하프문 분양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레드턱시도하프문 사진 부탁합니다." 5분도 안 돼 사진이 덜컥 왔다. 실분양 개체 사진이라는 글과 함께. 나도 한국인이라 빨간색 구피를 좋아해서 이 녀석도 키워 볼까 생각했다. 보내온 사진의 레드턱시도하프문 개체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분양 받을 정도는 되었다. 분양가는 한 쌍에 만 오천 원이고 오늘 8시 이후에 분양 가능하다고 했다. 분양 시간은 나에게 좋았다. 학원 수업을 끝나고 가면 늦게 분양 받아야 하니 말이다. 분양자가 유니아쿠아에서 1.. 더보기
아이스크림 50% 세일 오늘은 날이 완연한 여름 날씨입니다. 집사람과 아파트 게시판 광고를 하다가 더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 반팔을 입어야 할 때가 되었나 봅니다. 중고등학생들 1학기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오고 있어 그 타이밍에 맞춰 아파트 게시판 광고를 계획했습니다. 다른 학원들이 아파트 게시판 광고를 하지 않아 망설여졌지만 성적표가 나오고 나서 한 아파트 게시판 광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적으로 해보았습니다. 이번엔 두 군데 아파트에서만 게시판 광고를 했기에 1시간 반 조금 넘게 걸려 아파트 게시판의 광고지 부착 작업을 끝냈습니다.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는데 경비 아저씨들이 없어서 아파트 문을 열어 주지 않아 기다리다가 시간 다 보냈습니다. 열 받아서 아파트 경비실 반장을 불러 마스터 비밀번호를 알아내었습니다. 비.. 더보기
우리집의 어린이날 어린이날 전 날에 1학기 중간고사 준비를 정신없이 마무리했다. 몸은 예전과 같지 않게 피로로 만신창이었다. 이렇게 시험 준비를 하면서 힘들었던 것도 간만이었다. 나이가 들은 건지, 예전의 열정이 되살아난 건지. 나도 힘들었지만 집사람도 내 페이스에 보조를 맞춰야 했으니 힘들었을 게다. 두 사람 모두 다운. 힘들게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그동안 내팽개쳤던 어항을 살폈다. 중간고사 준비로 신경을 못써줘서인지 예상대로 어항이 엉망이었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쉽게 죽어나가는 구피 녀석들이 베기 싫었다. 보지 않는 TV를 켜놓고 어항을 정리해 나갔다. 새벽 5시까지 정리하니 대충 마무리되었다. 피곤한 몸을 뉘었다. 아침에 애들과 찜질방에 가려고 핸드폰으로 검색하다 잠이 들었다. 조금 잔 것 같은.. 더보기
잊지도 침묵하지도 않겠습니다 '풍등' 지난해 12월 31일 조관우가 발표한 세월호 추모곡이다. 이 노래의 뮤직 비디오가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오늘 유튜브에 공개되었다.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배우 이경영등 영화배우들의 재능 기부로 4분짜리 뮤직 비디오가 완성되었다. '풍등'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작곡가 채승윤이 작사가 조덕섭과 손잡고 만든 곡이다. 이후 채승윤이 '상실' 등으로 인연이 있는 조관우에게 노래를 부탁했다. 이 노래는 '지키지 못한 나를 용서해요 제발 그대를 잡지 못한 못난 나를 / 떠나가시나요 그대 가시나요 못다한 말이 많은데'라는 애절한 가사를 실었다. '풍등 가사 작별의 순간 우리가 헤어질 때 / 저 바다 별들도 울고 있었어요 잘가란 말조차 전하지도 못한 채 / 아득히 먼 길 그댄 .. 더보기
메모지 한 장 세상 돌아가는 일에 나는 무디다. 뉴스를 봐도 그냥 건성으로 보다시피 한다. 얼마 전에 밥을 먹다 우연히 뉴스에서 회장이란 사람이 열변을 토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 때도 여느 때처럼 그렇게 지나쳤다. 그리고 다음 날 그 회장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는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었다. 고향이 서산이었다. 충청도 사람이었다. 동향은 아니지만 내 고향인 온양에서 멀지 않은 동네의 사람이었다.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나는 서산 출신의 동창들이 여럿 있다. 서산에서 온 동창들을 촌놈들이라고 놀려 댔지만 똘똘 맞은 녀석들이었다. 그 녀석들의 선배격인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다. 왜 자살했는지 궁금했다. 확인해 보니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수사하며 일이 생겼다. 죽으며 남긴 성완종 리스트가 많은 파.. 더보기
마음이 아프다 일요일 수업이 아침 9시부터 있어 나갈 준비를 하는데 일찍부터 카톡음이 울렸다. 무심코 핸드폰을 들어 카톡 내용을 확인 하고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본인의 부고 소식이었다. 순간 떨림이 오고 멍해졌다. 심장마비, 뇌출혈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벌써 우리 본인들의 부고를 전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하루 종일 수업에 집중하려 무척이나 애를 썼다. 수업이 끝날 때쯤 몸살 기운이 있었다. 수업 끝나고 집사람이 시장에 가자고 해서 겨우 따라 갔다. 몇 가지를 급히 사고 집에 돌아 왔다. 짧은 밥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밤 11시 50분에 깨었다. 3시간을 넘게 잤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 깨니 아침 6시가 넘었다. 잘 꾸지 않던 꿈을 많이 꾸었다. 친구의 죽음에 많은 상심이 .. 더보기
나리 나리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쫑쫑쫑 봄나들이 갑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고 개나리가 내 앞을 가로 막는다. 어느 새 아파트 화단에 개나리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했다. 항상 학원 올 때 지나다니는 길이지만 개나리가 이만큼 피어 있는 줄 몰랐다. 매년 같은 때 그 자리에서 보는 개나리이다. 언제나 처럼 개나리는 마냥 노랗고 그저 촌스럽다. 개나리를 꺾어 땅에 꽂고 물을 주며 꽃 피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지천명의 나이다. 개나리가 만개하는 속도만큼 나도 빠르게 나이 들어간다. 더 빨라지겠지. 하늘의 명을 얼마나 알아 들었을 지 나는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이만큼을 살아보니 자연의 이치는 좀 알아들은 것 같다. 삼라만상을 다 품지는 못하겠지만 섭리대.. 더보기
冬柏開花 "A watched pot never boiled." 지켜보는 냄비는 끓지 않는다. 올해는 집의 동백이 한참이나 늦게 피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꽃 피는 것을 건너뛰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며칠 전에 베란다에 나가 보니 문득 빨간 예쁜 동백꽃이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언제 피나 궁금해 하며 기다릴 때는 피지 않더니 그냥 내두니 꽃이 피었습니다. 살아가는 것도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일을 잠시 제껴 두고 까맣게 잊어버리면 어느 순간에 그 일의 해결 방법이 내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나에게도 그리고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냄비가 끓는지 지켜보지 마십시오. 지금은 조금 시간을 갖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할 시기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