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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만남과 인연

가을 사랑

 

9시에 출발하려 했었는데 점점 출발이 늦어졌다. 목공드릴과 썬텐지 그리고 축양장 만들 목재를 사기 위해 을지로로 1711번을 타고 10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12시에 영문학과 동창들과 점심 식사 약속이 있었으므로 마음이 무척 바빴다. 마음 한 편에서는 점심 약속 후에 갔다 올까라는 생각도 일었다. 일단 가기로 했으니 부지런히 갔다 오기로 했다. 중간에 100번으로 갈아타고 을지로 4가에서 내렸다. 먼저 단골 철물점에 들어가 목공용 3mm 드릴을 샀다. 드릴이 좋아서인지 다른 곳의 드릴보다 거의 두 배는 비쌌다. 시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지난번에 작업하다 뿌러 먹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어메 아까운 거. 10개를 샀다.


철물점에서 1분 거리에 썬텐지 가게가 있었다. 애들 창문에다 붙일 썬텐지를 1m에 3,500원씩 5m를 샀다. 3천원에 하자 하니 절대 안 된단다. 안되면 말고. 너무 빨리 재촉했나? 집사람이 힘들어 했다. 좀 천천히 가잖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주는데 그 정도 못 들어주겠나? 5분 정도 걸어가니 우리가 가끔 가는 목공소가 보였다. 약주를 좋아하시는 목수 아저씨네다. 4.8T 자투리 합판을 찾으니 있다고 했다. 규격을 불러 주고 잘랐는데 확인하니 치수가 약간 안 맞았다. 오늘도 식전 댓바람부터 약주를 하셨나 보다. 잘 맞기를 바라며 6,000원을 치르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숨을 헐떡이며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아휴, 숨차다.


전철을 타려는데 핸드폰 충전지가 아웃됐다. 이런 이런. 이를 어쩌지? 핸드폰이 없으면 전화번호를 몰라 전화할 수 없는데. 늦는다고 어떻게 연락하지? 환장할 뻔 했다. 다행히 동기의 전화번호를 찾아 동기에게 늦는다고 연락했다. 피곤함을 쫓으며 잠깐 조니 마포역이었다. 집사람은 공덕역에서 내렸고 나는 전 속력을 다해 마포역 3번 출구로 달려갔다. 성준, 동기, 신자, 준호가 마포역 3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I'm sorry.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했다. 우리가 가려던 첫 번째 음식점은 사람이 미어터져 돌아 나왔고 순두부를 먹으려던 두 번째 계획을 바꿔 김치 찌게로 점심을 잘 먹었다. 식당을 나오며 부레옥잠 2개를 얻었다.


점심 후 먹는 커피맛은 항상 좋다. 커피점 밖에 놓인 테이블에서 약간은 차가운 바람을 흘리며 커피를 마셨다. 차가 나와 친구하자는 것을 애써 외면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가을이 어느새 겨울 초입으로 바뀌었음을 알았다. 송년회를 언제 할 것인지 얘기가 오갔고, 수능 보는 애들 얘기도 있었다. 성준이의 여행 갔다온 얘기가 있었고 신자와 준호의 맛깔스런 세상 얘기도 있었다. 동기는 요새 별거중이란다. 집사람이 일로 강원도에 가서 집에 혼자 남아 애들을 힘겹게 챙기고 있단다. 잿빛 하늘과 달리 오가는 말이 재미있어 오래 앉아 있고 싶었다. 하지만 각자 일이 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다. 모두 잘살고 가을 맘껏 사랑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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