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는 영어영문학과 83학번 마포지부 모임이 있었다. 학원 시간표를 조정하고 수조 몇 개를 물갈이 하니 벌써 12시가 가까워졌다. 12시에 마포역 3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늦었다. 서둘렀다. 가면서 성준이에게 5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하니 먼저 식당에 가 있겠다고 했다. 서둘러 가서 성준이에게 다시 전화했다. 예전에 마포지부 모임에서 식사 후에 자주 가던 커피점 옆 골목의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너무 빨리 갔나? 식당으로 가다가 성준이와 식당 입구에서 만났다. 종만이, 희준이, 준호도 와 있었다. 오늘 마포지부 모임 참석자는 총 5명이었다. 식사를 맛있고 시원하게 했다. 아침을 1시간 반 전에 먹어 많이 못 먹는 게 아쉬웠다. 적게 먹는 것을 보고 희준이가 요만큼 밖에 안 먹느냐고 물어봤다. 희준아, 지금 양껏 먹으면 배 터진다. 점심을 먹으며 세월호 침몰 사고가 주 화제였다. 2014년 4월 16일에 사고가 났으니 벌써 2년이 다 되어 갔다. 학생들이 너무 안 됐다, 급격한 변침이 있었다,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이 있었다, 선장과 선원들의 조치가 너무 미흡했다, 해경과 정부의 상황 파악과 조치가 미숙했다, 진도 VTS 관제가 허술했다, 보상이 너무 크다라는 말이 오갔다. 세월호 관련 얘기를 하며 크라운 제과에 인수된 해태 얘기가 오갔다.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하는 것이 마포지부 모임의 공식 코스이다. 식당에서 가까운 커피점을 들어가려 하니 준호가 백다방에서 커피를 사서 바로 앞에 있는 복사골 공원 가서 마시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언제 겨울이 가고 봄이 왔지? 백다방에 가니 점심때라 그런지 사람이 가득했다.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시켜 복사골 공원으로 갔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 쪽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니 피로가 말끔히 가셨다. 이야기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중국 경제의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급격한 환율 변동성 대처의 어려움, 원재료 장기 계약의 장점과 단점, 조선사 부실 원인, 조선해양 건물의 저주, 이건희 회장 사망 여부 등등의 많은 얘기가 있었다. 양념으로 골프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캐디, 버디의 영어 철자를 찾는 소동이 있었다. 확인해 보니 caddie, birdie였다. 중국, 홍콩 쪽 지명 몇 가지가 오갔는데 모두 낯설었다. 종만이가 준호한테 중국 갈 계획을 묻자 준호가 거래처 사람들이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성준이 전망에 따르면 2020년에 경기가 완전히 회복한다고 하니 좀 더 참고 버텨 봐야 겠다.
얘기하고 있는 도중에 성준이가 거래처에서 온 듯한 전화를 받았고 이어서 희준이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직장으로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는 얘기였다. 나도 3시에 초등부 영어 수업이 있었으므로 수업 준비를 위해 들어가야 했다. 산행 계획 얘기가 마지막에 있었다. 준호가 산행 일정을 잡으려고 언제 시간이 가능하냐고 물어 봤다. 일요일에 가능하다고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이제 일요일도 안 될 것 같다. 일요일에 오전 수업 세 개가 단단히 자리를 꿰차고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준호야, 내 생각 말고 편하게 날짜 잡아라.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 잘 살자고 하며 헤어졌다. 학원 쪽으로 가려는데 희준이와 백다방 앞에서 다시 만났다. 복사골 공원 입구에 서서 20여분 가까이 얘기를 나누었다. 희준이나 나나 나이가 들어가니 신경 쓸 일이 더욱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 들어오니 2시였다.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포 지부 모임 글을 약간 쓰다가 수업 준비에 들어갔다. 지금은 일요일 저녁이다. 3일에 걸쳐 조금씩 써서 글을 완성했다. 물리적 시간이 없다기 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조금만 기다리자. 나에게도 여유로운 시간이 오겠지. 간만의 영어영문학과 83학번 마포지부 모임이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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