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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만남과 인연

레드턱시도하프문

혈홍을 키워볼까, 레드턱시도하프문을 키워 볼까 망설이다가 레드턱시도하프문을 키워보기로 했다. 몇 년 전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구피인데 지금도 일정 매니아층을 갖고 있는 물고기이다. 아침에 일어나 예전에 검색해 놓은 레드턱시도하프문 분양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레드턱시도하프문 사진 부탁합니다." 5분도 안 돼 사진이 덜컥 왔다. 실분양 개체 사진이라는 글과 함께. 나도 한국인이라 빨간색 구피를 좋아해서 이 녀석도 키워 볼까 생각했다. 보내온 사진의 레드턱시도하프문 개체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분양 받을 정도는 되었다. 분양가는 한 쌍에 만 오천 원이고 오늘 8시 이후에 분양 가능하다고 했다. 분양 시간은 나에게 좋았다. 학원 수업을 끝나고 가면 늦게 분양 받아야 하니 말이다. 분양자가 유니아쿠아에서 10만원 주고 한 쌍 구입해서 대만 라인 암컷하고 브리딩한 개체라고 했다. 한 쌍에 10만원 주고 구입했다고? 난 아직 거까지는 아니다. 거기까지 가면 절대 안 된다. 그러면 아마 집사람에게 쫓겨날 것이다.

 

기실 또 다른 구피 분양은 마음엔 있었으나 실행엔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집사람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난 슬프게도 요즈음 기존에 있던 물고기와 어항을 싹 분양하고 거실 공간을 돌려 달라는 집사람의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어제 마포에서 있었던 대학 동창 모임에 참석해 준호의 얘기를 듣고 나서 집사람과 한 판 겨룰 힘을 얻었다. 준호가 집사람 말을 무시하고 과단성 있게 고3인 딸아이에게 SSD 노트북을 사줬다는 말을 듣고 나도 집사람에게 뒷일 생각 않고 개겨 보기로 했다. 오늘 나의 작전은 이러했다. 우선 먹이를 차례로 주며 빈 어항 쪽으로 갔다. 그리고 고기도 없는 어항에 먹이를 주었다. "아, 바보. 물고기도 없는데 먹이를 주고. 요새 왜 이러지? 아무래도 이상하다." 집사람이 안됐다는 표정으로 내 쪽으로 왔다. 나는 어항을 가리키며 한숨을 푹 쉬었다. 집 사람이 불쌍했는지 물고기를 사서 집어 넣으라고 했다. 내 작전은 성공이었다. 나는 안다. 집사람이 알고도 속아 넘어가 준 걸. 고마우이.

 

어제 대학 동창 모임에서 성준이가 오늘 1박 2일로 여수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집사람과 변변한 여행도 못해봤는데 많이 부럽다. 가족들이 여행을 갔다 온지 한참 되었다. 이번 레드턱시도블루문을 사면 물고기쪽 세팅 작업이 한 차례 끝난다. 축양장 만들고 수조 구입하고 물고기 분양 받고 힘들었다. 수조 세팅 마무리한 기념으로 석가탄신일 날에 온 가족 데리고 당일치기라도 어디 다녀와야 겠다. 준호의 말처럼 한산한 평일에 갔다 오면 좋겠지만 사정상 어렵다. 에이고, 내 사정은 언제 피려는고. 어제 동창 종만이를 만나니 고향 생각이 났다. 종만이와 나는 같은 충청도산이다. 고향에 다녀올까 생각도 해보지만 하루에 다녀오기에는 먼 길이다. 갈 만한 좋은 곳 어디 없나? 잘 찾아봐야 겠다. 그나저나 물고기 분양해도 좋다는 마눌님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레드턱시도하프문 분양자에게 연락해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겠다. 예쁜 녀석으로 잘 분양 받아 와야 하는데 이게 뽑기 운도 있어서 어렵다. 분양자가 아주 거창하게 말했으니 그 말만큼만 좋은 개체였으면 좋겠다. 레드턱시도하프문 이 녀석들아, 기다려라. 오늘 저녁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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