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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생각 에세이

나리 나리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쫑쫑쫑 봄나들이 갑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고 개나리가 내 앞을 가로 막는다. 어느 새 아파트 화단에 개나리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했다. 항상 학원 올 때 지나다니는 길이지만 개나리가 이만큼 피어 있는 줄 몰랐다. 매년 같은 때 그 자리에서 보는 개나리이다. 언제나 처럼 개나리는 마냥 노랗고 그저 촌스럽다. 개나리를 꺾어 땅에 꽂고 물을 주며 꽃 피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지천명의 나이다. 개나리가 만개하는 속도만큼 나도 빠르게 나이 들어간다. 더 빨라지겠지. 하늘의 명을 얼마나 알아 들었을 지 나는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이만큼을 살아보니 자연의 이치는 좀 알아들은 것 같다. 삼라만상을 다 품지는 못하겠지만 섭리대로 진솔되게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올해도 개나리는 그곳에 피었다. 변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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