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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생각 에세이

메모지 한 장 세상 돌아가는 일에 나는 무디다. 뉴스를 봐도 그냥 건성으로 보다시피 한다. 얼마 전에 밥을 먹다 우연히 뉴스에서 회장이란 사람이 열변을 토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 때도 여느 때처럼 그렇게 지나쳤다. 그리고 다음 날 그 회장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는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었다. 고향이 서산이었다. 충청도 사람이었다. 동향은 아니지만 내 고향인 온양에서 멀지 않은 동네의 사람이었다.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나는 서산 출신의 동창들이 여럿 있다. 서산에서 온 동창들을 촌놈들이라고 놀려 댔지만 똘똘 맞은 녀석들이었다. 그 녀석들의 선배격인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다. 왜 자살했는지 궁금했다. 확인해 보니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수사하며 일이 생겼다. 죽으며 남긴 성완종 리스트가 많은 파.. 더보기
나리 나리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쫑쫑쫑 봄나들이 갑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고 개나리가 내 앞을 가로 막는다. 어느 새 아파트 화단에 개나리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했다. 항상 학원 올 때 지나다니는 길이지만 개나리가 이만큼 피어 있는 줄 몰랐다. 매년 같은 때 그 자리에서 보는 개나리이다. 언제나 처럼 개나리는 마냥 노랗고 그저 촌스럽다. 개나리를 꺾어 땅에 꽂고 물을 주며 꽃 피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지천명의 나이다. 개나리가 만개하는 속도만큼 나도 빠르게 나이 들어간다. 더 빨라지겠지. 하늘의 명을 얼마나 알아 들었을 지 나는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이만큼을 살아보니 자연의 이치는 좀 알아들은 것 같다. 삼라만상을 다 품지는 못하겠지만 섭리대.. 더보기
冬柏開花 "A watched pot never boiled." 지켜보는 냄비는 끓지 않는다. 올해는 집의 동백이 한참이나 늦게 피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꽃 피는 것을 건너뛰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며칠 전에 베란다에 나가 보니 문득 빨간 예쁜 동백꽃이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언제 피나 궁금해 하며 기다릴 때는 피지 않더니 그냥 내두니 꽃이 피었습니다. 살아가는 것도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일을 잠시 제껴 두고 까맣게 잊어버리면 어느 순간에 그 일의 해결 방법이 내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나에게도 그리고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냄비가 끓는지 지켜보지 마십시오. 지금은 조금 시간을 갖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할 시기입니다. 더보기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間 사이 간 1. 사이 2. 때 3. 동안 4. 차별 5. 틈, 틈새 6. 간첩 7. 혐의 8. 사사로이 9. 몰래, 비밀히 10. 간혹 11. 사이 두다, 끼이다 12. 섞이다 13. 이간하다, 헐뜯다 14. 간소하다 15. 검열하다 16. 엿보다 17. 살피다 18. 틈을 타다 19. 섞이다 20. 참여하다 21. 범하다 22. 차도가 있다 間 이란 글자에 뜻이 의외로 많습니다. 間은 회의문자입니다. 옛날에는 門(문)속에 月(월)을 쓰거나 또는 門(문)속에 外(외)를 쓰기도 하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집의 대문이나 방문을 모두 門(문)이라고 합니다. 閒(한)은 방문으로 달빛이 비치다 에서 틈이란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후에 間 (간)자가 생겨 間(간)은 사이, 閒(한)은 여가, 조용함으로 나뉘어 사용되.. 더보기
백신 며칠 전부터 컴퓨터를 켜면 LG 유플러스 인터넷의 V3 백신 서비스 종료 안내 창이 떴다. 공짜로 쓸 수 있었던 안랩의 V3 백신 서비스를 올해 말가지 뱎에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U+ 인터넷 V3 백신을 사용 중인 고객은 안랩에서 제공하는 V3 Lite 백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존 제품과 동일한 성능의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안심하고 이용하라고 했다. V3 백신프로그램. 컴퓨터를 처음 구입했을 때 덩그라니 깔려 있던 낯선 프로그램. 컴퓨터를 사용하며 바이러스에 걸리게 되고 V3를 사용해 치료하면서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더보기
친구와 시간 일요일 수업이 끝나고 한숨 잤다. 침대에 잠깐 누웠는데 잠이 들었다. 많이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약간 감기 기운이 있었다. 콧물이 흘렀다. 시계를 보니 성당 갈 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급히 서둘러 갔다. 부랴부랴 도착해 성당에 들어서는데 딴 때보다 어두침침하다. 대림 주일이기 때문에 최소 조명만 키고 미사를 진행한단다. 진보라색 초가 커졌다. 어두움 속에서 촛불 불빛이 잔잔히 와 닿았다. 촛불은 잡기와 산만함을 없애주는 재주가 있다. 다른 때보다 미사에 집중이 잘 되었다. 대림 1주 특강은 꼴베 신부님이 해 주셨다. 대림 특강을 사마천 사기에서 말하는 친구 유형을 갖고 풀어나가셨다. 삼강오륜의 붕우유신만 알았는데 사마천도 친구에 대해 얘기했었나 보다. 궁금해 찾.. 더보기
징검다리 내가 살던 어릴 적 고향에는 소박한 개울이 있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려면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다. 징검다리에 한 발을 딛기 전에 물에 빠질까봐 항상 머뭇거렸다. 큰 맘 먹고 펄쩍 펄쩍 뛰어 반대편에 첫 발을 내 딛고서야 다 건넜구나라고 안심했다. 나는 징검다리를 건너며 항상 궁금해 했다. 누가 여기다 징검다리를 놓았지? 이왕 놓으려면 반듯한 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지 왜 이렇게 못생긴 돌로 만들었지? 지금 내 주위에는 어릴 때 징검다리 모습과는 달리 반듯한 모습을 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름하여 디자인 감각을 갖춘 물건들이다. 자로 잰 듯한 반듯함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너무 틀에 박힌 모습들이라 싫증이 난다.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허용된 일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재미있다. 아직도 나는 젊은가 보다. 미.. 더보기
작은 실천 4, 5 년 전과 비교해 보면 공부에 대한 열의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전에는 학생들이 공부는 못하더라도 잘해야 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은 공부를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다. 수포자, 영포자, 국포자, 공부 포기자가 지천에 깔려 있다. 어디 학생들만 그러겠는가? 자녀들의 공부를 포기한 학부모님들도 널려 있다. "공부가 다인가요? 공부 못하던 사람들 중에 성공한 사람들도 많잖아요." 맞는 말이다. 동창 녀석들을 보아도 성공은 성적순이 아닌 경우가 있다. 그런데 공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다. 학원에서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단순 지식을 암기시키려 하지 않았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그리고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문제들을 해결.. 더보기
부표 부표 [浮標] 선박의 안전 항해를 돕기 위하여 항로를 지시하거나 암초나 침몰선 따위의 위험물이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 물위에 띄우는 항로 표지의 하나. 또한 고기를 잡는 데 쓰는 도구나 닻과 같은 물속에 있는 물체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암초나 여울 또는 침선(沈船) 따위의 존재를 알리기 위하여 해저의 일정한 장소에 놓아두고 해면까지 사슬로 연결하여 띄운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세월호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부표를 설치했었습니다. 내가 처음 본 부표는 일정 간격으로 대천 해수욕장 바닷가에 설치된 부표였을 겁니다. 튜브를 허리춤에 걸고 물속에 뛰어 들어가서 부표 가까이까지 겁 모르고 갔었습니다. 여름이면 동네 사람들과 1박 2일로 대천 해수욕장을 갔었습니다. 밥을 빨리 먹고 물에 뛰어 .. 더보기
시간 여행 재환이가 다음 주 화요일 국어 시간에 모둠별 토론 대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 학교 다닐 때와는 수업 방식이 많이 달랐다. 토론 대회 주제는 "시간 여행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였다. 모둠 구성이 5명으로 이루어졌다. 토론하는 날에 자신의 생각을 적은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재환이는 모둠 구성원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아 정리해 제출해야 했다. 각자의 생각을 종합하는 것이 어려운데 그 일을 왜 맡았을까? 재문이 때는 수행 평가를 많이 봐 주었는데 재환이는 거의 봐 주지 못했다. 재문이의 부탁도 있고 또 수행평가에서 점수 받는 방법을 알려도 줄 겸해서 재환이의 정리 내용을 검토했다. 어렸을 때 여러 방면의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모둠 구성원들의 주장을 잘 정리해 놓았다. 단지 시간 여행을 하지 말아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