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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생각 에세이

친구와 시간

일요일 수업이 끝나고 한숨 잤다. 침대에 잠깐 누웠는데 잠이 들었다. 많이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약간 감기 기운이 있었다. 콧물이 흘렀다. 시계를 보니 성당 갈 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급히 서둘러 갔다. 부랴부랴 도착해 성당에 들어서는데 딴 때보다 어두침침하다. 대림 주일이기 때문에 최소 조명만 키고 미사를 진행한단다. 진보라색 초가 커졌다. 어두움 속에서 촛불 불빛이 잔잔히 와 닿았다. 촛불은 잡기와 산만함을 없애주는 재주가 있다. 다른 때보다 미사에 집중이 잘 되었다. 대림 1주 특강은 꼴베 신부님이 해 주셨다. 대림 특강을 사마천 사기에서 말하는 친구 유형을 갖고 풀어나가셨다. 삼강오륜의 붕우유신만 알았는데 사마천도 친구에 대해 얘기했었나 보다. 궁금해 찾아 봤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계명우기(鷄鳴偶記)’편에서는 친구의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는 서로의 잘못을 바로잡고 큰 의리를 위해 노력하는 외우(畏友), 둘째는 고난을 당할 때 서로 돕고 함께 할 수 있는 밀우(密友), 셋째는 좋은 일과 노는 일에만 잘 어울리는 일우(逸友), 넷째는 이익만 좇고 나쁜 일이 있을 때는 서로 떠넘기는 적우(賊友)가 있다."

 

수명과 관련한 미국 한 조사연구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음주, 흡연, 부(富), 명예와 수명과의 상관관계를 추적했으나 결정적인 관계를 찾기 어려웠는데 친구의 수가 적을수록 병에 쉽게 걸리고 단명하는 경향이 공통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많으면 그만큼 오래 산다는 얘기다. 나는 친구이며 스승이 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한 사람일 게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봤다. 가볍게 눈이 내리고 쌀쌀함이 지긋하게 마주해서인지 친구와 술 한 잔이 그립다. 글을 쓰는데 집사람이 들어오며 눈 올 것처럼 밖이 깜깜하다고 한다. 오늘은 올굿에서 집사람과 한 잔 해야 겠다.

 

"사람들의 색깔은 모두 다릅니다. 서로 억지로 꿰맞춰 가며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몹시 힘듭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주고 받을 때 친구란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의아한 모습으로 다가오면 그 친구에게 시간을 조금만 주십시오. 친구는 곧 나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 사이에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조급함으로 소중한 친구를 잃지 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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