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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생각 에세이

징검다리

 

내가 살던 어릴 적 고향에는 소박한 개울이 있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려면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다. 징검다리에 한 발을 딛기 전에 물에 빠질까봐 항상 머뭇거렸다. 큰 맘 먹고 펄쩍 펄쩍 뛰어 반대편에 첫 발을 내 딛고서야 다 건넜구나라고 안심했다. 나는 징검다리를 건너며 항상 궁금해 했다. 누가 여기다 징검다리를 놓았지? 이왕 놓으려면 반듯한 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지 왜 이렇게 못생긴 돌로 만들었지?

 

지금 내 주위에는 어릴 때 징검다리 모습과는 달리 반듯한 모습을 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름하여 디자인 감각을 갖춘 물건들이다. 자로 잰 듯한 반듯함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너무 틀에 박힌 모습들이라 싫증이 난다.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허용된 일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재미있다. 아직도 나는 젊은가 보다. 미사 강론 시간에 박상훈 알랙산더 신부님 모습이 스친다. 좀 서툴지만 자연스러운 멋을 지닌 모습들이었다.

 

징검다리는 무척 서툴다. 여기서 저기를 엉성하게 이어준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여러 가지다. 깡총깡총 뛰어 가기도 하고 조심조심 건너기도 하며 가끔은 까불다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기도 한다. 징검다리가 엉성하다고 탓하지 말자. 우리가 거기에 맞춰 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징검다리를 빠져 나오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게다. 징검다리 건너편에 또 다른 희망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활기차게 건너자.

 

나이 50줄에 들어서도 아직 할 일이 많고 세상이 낯설다. 낯선 사람들 모습에 가끔 당혹스럽지만 뚜벅뚜벅 내 할 일 해가며 살아야 겠다. 단단히 마음먹고 징검다리 건너면 저 건너편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날 수 있겠거니 하는 희망으로 살아야 겠다. 징검다리 조심히 잘 건너서 징검다리 저 건너편에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야 겠다. 이제는 내 방식의 삶이 소중하다. 세상과의 타협은 여기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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