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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던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1604)께서 다음과 같은 임종게(臨終偈; 입적할 때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나 글)를 남기고 85세의 나이로 열반하셨다.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아 잠이 든 듯 입적(入寂) 하셨다고 한다.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죽고 살고 오고 가는 것이 모두 그와 같도다 재문 엄마 생일이 음력 3월 20일입니다. 재문이가 양력 3월 20일인 줄 알고 밤 9시가 다 되어서 축하 전화를 했습니다. 수업하.. 더보기
요즘 애들을 보면 今有不才之子, 父母怒之弗爲改, 鄕人譙之弗爲動, 師長敎之弗爲變. 夫以 ‘父母之愛’ ‘鄕人之行’ ‘師長之智’ 三美加焉, 而終不動, 其脛毛不改. 금유부재지자, 부모노지불위개, 향인초지불위동, 사장교지불위변. 부이 ‘부모지애’ ‘향인지행’ ‘사장지지’ 삼미가언, 이종부동, 기경모불개. 지금 덜떨어진 젊은 녀석이 있어,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욕해도 움직이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을 모른다. 이처럼 ‘부모의 사랑’, ‘동네 사람들의 행실’, ‘스승의 지혜’라는 세 가지 도움이 더해져도, 끝내 미동도 하지 않아, 그 정강이에 난 한 가닥 털조차도 바뀌지 않는다. 남산 도서관에 갔을 때 책을 검색하던 아이의 모습을 한 장 살짝 찍었습니다. 요즘 애들 같지 않게 진지함이 있었습니다. 요.. 더보기
내 꿈 돌려도우 "무리등"은 샹들리에를 말합니다. 북한조선말대사전에서 무리등은 "여러 개의 전등알이나 갖가지 모양의 형광등으로 이루어진 큰 조명등"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샹들리에를 말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샨데리야"라는 말도 쓰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무리등"이란 말이 더 일반적입니다. 사진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샹들리에 천장 장식입니다. 2010년 리노베이션 후에 등장했습니다. 서점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 푸드코트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샹들리에 모습을 담았습니다. 파문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모양이 이채롭습니다. 예전의 교보문고 거울 천장보다는 낯설지 않습니다. 샹들리에를 보면 친근합니다. 집에서 샹들리에를 팔았었거든요. 등보다는 매달린 장식들에 관심이 더 많았었습니다. 떼었다 붙였다 하며 놀았었죠.. 더보기
영풍문고여 깨어나라 초등학교 3학년 수학 교재를 확인하러 교보문고에 들렀습니다. 날이 완연한 봄 날씨였습니다. 교보문고에 도착해서 학습물 코너로 갔습니다. 교보문고는 하도 와서 눈감고도 찾아 갈 수 있습니다. 매장 직원을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수학 책 중 잘 나가는 것이 무어냐고 물어 보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잘 나가는 책 중심으로 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책을 검토했습니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간 터라 교재로 쓸 책을 수월하게 고를 수 있었습니다. 간택된 책은 비상교육 개념+유형. 연산 쪽 교재도 필요해서 여러 책을 두 번 세 번 비교하며 검토했습니다. 기탄수학, 기적의 계산법, 상위권연산 중에서 기적의 계산법으로 정했습니다. 서점에 온 김에 사고력 수학 책도 보았습니다. 상위권 수학, 즐깨감, 팩토를 .. 더보기
나의 고물 남들에게 고물로 보이지만 내게는 보물인 것이 많습니다. 힘겹다고 버리고 남 눈치 보인다고 내동댕이치지 마십시오. 시간이 지나 버리지 않았음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날이 올 것입니다. 기실 인생에서 버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내 기억이 입혀진 것들은 모두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삶은 고물처럼 보이는 것들을 소중히 보담으며 살아가는 여정임을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보물을 정신없이 정리하고 있는 고물상 주인의 모습을 보며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배울 것이 많아 행복한 나날입니다. 더보기
노란 상추 蓬生麻中(봉생마중)이면 不扶自直(부부자직)하고, 白沙在泥(백사재니)하면 與之皆黑(여지개흑)이니라. (꾸불꾸불한) 쑥도 (곧은) 삼 가운데에서 자라면 돕지 않아도 저절로 곧아지고, 흰 모래도 진흙 가운데에 있으면 그와 더불어 모두 검어진다. 학원 맞은편에 롯데슈퍼가 있습니다. 원래는 오랫동안 S-마트였는데 몇 년 전에 바뀌었습니다. 학원 들어가기 전에 롯데슈퍼에 잠깐 들렀습니다. 재문 엄마가 이것저것 사는 동안 여기 저기 기웃거렸습니다. 야채 코너를 지나는데 상추가 파릇파릇한 게 참 싱싱해 보였습니다. 상추 모습을 한 장 찍었습니다. 찍고 나서 습관적으로 사진이 잘 찍혔는지 확인해 보니 상추 색깔이 노랬습니다. 야채 신선도를 유지하려고 안개 분무까지 해대고 있는데 이상했습니다. 다시 한 번 찍고 사진을 확.. 더보기
재활용품 수거차를 보며 집에서 빠져 나와 학원 전단지 작업을 하러 가는데 재활용품 수거차가 빠르게 내려갔습니다. 점심때가 다 되었는데 별로 수거를 못했습니다. 짐칸에 실린 것이 얼마 없었습니다. 아파트를 지나며 전화 번호 열심히 외쳐 대는 소리만 들었지 눈으로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요즈음 내 안에서 재활용할 것과 폐기처분할 것을 가르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버려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재활용할 것들은 별로 없습니다. 조금 더 제대로 살아야 겠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비가 올 것처럼 흐린 하늘이더니 오후 3시가 다 되어서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내 안에 찌든 때 벗겨내라고 비를 잠깐 맞았습니다. 때는 안 벗겨지고 산성비에 머리만 벗겨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비가 오니 재활용품 수거차도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 더보기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 "한강 자전거 투어 준비완료~ 세컨드카에 장착한 하이브리드 알톤썸탈! 봄바람만 기다린다^^ 함께 할 동행자도...." 3월 6일에 대학 동창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글입니다. 이름은 여운건. 원래 이름은 여왕창이었습니다. 개명을 했죠. 용인에 살고 있는 녀석인데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보니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봄바람이 부니 싱숭생숭한가 봅니다. 자전거 투어 함께 할 사람도 찾고 있습니다. 자전거가 차에 앙증맞게 찰싹 붙어 있네요. 어떻게 매달았지? 재주는 재주네요. 두 발 달린 자전거를 보니 작년에 처분한 오토바이가 생각나네요. 재문 엄마가 오토바이는 사 주지 않을 것 같고 이 참에 나도 자전거나 한 대 들여 놓을까요? 집에서 10분 거리에 한강 자전거 도로가 펼쳐져 있.. 더보기
한 밤의 음악 산책 학원 수업이 오후 6시에 끝났고 집에 와서 밥을 먹은 시간이 7시니 2시간 반 정도 자고 일어난 것 같습니다. 일어나니 9시 반이었습니다. 다리에 알이 배긴 듯이 뻐근했습니다. 요즈음 토요일은 항상 그렇습니다. 9시간 넘게 수업을 하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다리에 피로감이 좀 쌓입니다. 깨어서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정말 오래 간만에 거실에 있는 오디오를 켰습니다. 안방에 있는 간편 오디오보다는 조금 더 나은 소리를 전해 주는데 한동안 손이 선뜻 가지 않았습니다. 브람스 변주곡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았습니다. 밤에 조용히 듣기에는 좋은 곡들입니다. 시현이가 아빠는 왜 브람스 곡만 좋아하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가볍지 않은 명랑함과 서정성이 있어 좋습니다. 중후하고 보수적인 면도 보이고요. 간.. 더보기
건강하니 보기 좋네 오전 11시 50분에 전화가 왔습니다. 서부지원에 근무하는 대학 동창 영진이었습니다. 작년 8월 대학동창 아들 돌잔치 때 본 게 마지막이었으니 한참만이었습니다. 12시까지 그쪽으로 갈 수 있으니 점심을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북창동 순두부집에서 12시 10분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서둘러 준비하고 나가는데 학원 상담 전화가 왔습니다. 고2 학생인데 게임에 빠져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수강료와 수업 시간을 말씀드리고 학생과 함께 오시라고 했습니다. 서둘러 전화 상담을 마치고 영진이에게 12시 20분까지 가겠다고 전화했습니다. 초스피드로 약속장소로 달려갔습니다. 헐레벌떡 들어가니 식당에 영진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 갔지? 전화 하니 식당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번개 속도로 뛰어 들어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