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11시 반이 넘어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동창 김기준.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아파 오는 녀석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 항상 힘들어 하는 녀석. 모임이 있어 서울에 왔다가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안산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내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단다. 전화로 들려오는 말소리에서 술 한 잔 살짝 걸쳤음을 알 수 있었다. 워낙 달변인 녀석. 고등학교 동창 아버님 문상 얘기, 엊그제 촛불 시위에 왔었다는 얘기, 내년 초까지만 회사 다닐 거란 얘기, 페이스북에서의 활약상 등등 많은 얘기가 30여분 동안 있었다.
그리고 애들 얘기가 있었다. 첫째 아들은 제대하고 복학해서 대학교 2학년이라고 했다. 둘째 아들은 내년 5월에 제대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 대한 충고가 이어졌다. 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란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강요하지 말란다. 애들도 생각이 있으니 믿고서 따라 주란다. 기준이도 그러지 못했음을 안다. 한양대학교 미식축구 쿼터백으로 공격을 멋지게 리드했던 뚝심으로 애들을 휘둘렀던 걸 내 안다. 애들이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경험자가 하는 말이니 잘 새겨들어야 한다.
기준이의 얘기는 환승센터 저 구석에서 노상 방뇨를 하고서 안산행 버스를 타고나서도 계속되었다. 그냥 놔두면 안산 도착할 때까지도 전화 통화가 계속된다. 이러다가는 안 될 것 같아서 전화 끊고 잠깐 눈 좀 붙이라고 했다. 마포 지날 일 있으면 지나치지 말고 꼭 들르라고 하니 알겠단다. 한 시간의 통화가 이렇게 끝났다. 내년 초 쯤에 이 녀석을 만날 것 같다. 그 날은 간만에 밤새도록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영혼이 맑은 녀석이다. 기준이를 위해 기도한다. 내가 연락을 못해도 나를 항상 챙기는 녀석. 항상 고맙다.
"기준아, 이제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지내거라. 생각을 들고 다니면 무겁잖아. 건강 항상 잘 챙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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