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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만남과 인연

오랫동안 아무 따짐 없이

 

한 손에 막대 들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이 지은 고려시대 시조입니다. 탄로가(嘆老歌)입니다. 늙어감을 한탄하고 있네요. 기억들 나죠?

 

어제 아침 10시 좀 넘어서 직장 다닐 때 모시던 전무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마포 쪽에 일이 있어 가는데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하셨습니다. 전화 통화는 간간히 했지만 뵈은 지는 1년 가까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전무님이 삼계탕을 좋아하셔서 지호한방삼계탕 공덕점을 약속 장소로 했습니다. 20년 가까이 모시는 상사분이니 재문 엄마도 잘 압니다. 함께 나가겠다고 말씀드리니 좋다고 하셨습니다. 재환이와 몇 가지 얘기를 나누다 좀 늦었습니다. 일이 생겨서 늦게 출발한다고 전화드리고 서둘러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도착하니 전무님이 손을 흔들어주셨습니다. 건강은 여전히 좋으셨습니다. 배드민턴으로 다져진 건강이십니다. 사모님이 전무님 건강을 극진히 챙겨 주십니다. 변화가 있다면 머리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렸습니다. 연세가 80 가까이 되셨으니 당연하겠지요. 염색을 하시라고 말씀드리니 그냥 웃으셨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나 뵈니 얼굴에 주름도 많이 생기셨습니다. 세월과 경륜의 흔적이겠지요. 아직도 출판일을 하고 계십니다. 노익장을 과시하고 계신 거죠. 전무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교과서 출판계의 대부이십니다.

 

재문이 제대가 언제냐고 물어 보셔서 내년 1월 1일에 제대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재환이 건강이 어떠냐고 물어 보셔서 많이 회복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시현이 대학 진학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 구정 때 못 찾아뵈어서 문화 상품권을 조촐하게 준비해서 건네드렸습니다. 뭘 이런 걸 주냐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전무님한테 신세진 것을 생각하면 더 자주 찾아뵙고 신세 갚아야 하는데 참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자주 연락드리고 맛있는 것 사드려야 겠습니다. 오랜만에 뵈니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되어 속상합니다.

 

"오랫동안 아무 따짐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다음에는 감자탕 잘하는 곳 있으니 거기서 대접해 드려야 겠습니다. 전무님, 추운 겨울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머리 염색 꼭 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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