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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화랑대 역

수업을 끝내고 서둘러 화랑대역으로 출발했다. 레오파드 게코를 입양하기 위해서였다. 일전에 분양 받은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사육장을 탈출하여 사라졌기 때문이다. 내가 깜빡 깜빡 하고 밥을 잘 안 주니까 재문 엄마가 그때마다 밥을 주었는데 깜빡 잊고 문을 안 닫아 레오파드 게코가 탈출을 한 것이었다. 열흘을 넘게 집안 곳곳을 찾아 봐도 나오지 않았다. 배고프면 먹이를 먹으러 나오겠지 하며 여기저기가다 먹이도 뿌려 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재문 엄마는 내게 미안한지 집에만 오면 계속 탈출한 녀석을 찾으며 신경을 썼다.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아 분양받았던 사람에게 재분양받으려고 연락을 했다.

그래서 레오파드 게코 분양자와 오늘 약속을 잡아 화랑대 역에 가는 것이었다. 화랑대 역 개찰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공덕 역에서 6호선을 탔다. 웹서브웨이에서 검색하니 36분 걸린다고 나와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1시간 가까이 걸렸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해서 분양을 받았다. 한 녀석이 탈출했다는 사정을 얘기하니 분양자가 분양가를 많이 낮춰 주었다. 먹이인 밀웜도 서비스로 주었다. 함께 온 재문 엄마에게 레오파드 게코를 다시 분양 받았으니 탈출한 놈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화랑대 역에서 재문 엄마가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셨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을 것이다.

효창운동장앞 역에서 내려 10분 거리의 집까지 걸어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집에 오다가 통닭을 좋아하는 재환이가 생각나 통닭집에 들렀다. 아쉽게도 시마이를 했단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전화 주문으로 통닭을 시켰다. 새벽 1시가 다 되어서 닭이 왔다. 간단히 빨리 먹고 애들을 들여보냈다. 재문 엄마가 분양 받은 녀석 사육장에 넣은 걸 도와주었다. 지난 번 녀석들보다 한참 작다고 했다. 그래서 싸게 줬나? 퀄은 괜찮았다. 사육장에 집어넣으니 집으로 쏙 들어 갔다. 재문 엄마가 밀웜을 줘 보자고 했다. 주니까 잘 먹었다. 원래 분양 받은 날은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어디 우리가 그런 것 따지는 사람들인가?

재문 엄마가 나를 도와주다 말고 갑자기 베란다로 나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나갔다 들어오더니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새로운 녀석을 분양 받아 왔으니 오늘부터 신경 끄라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는가 싶었다. 2달 있다 나오는 녀석도 있고 심하면 2년 있다가 나오는 녀석도 있다고 했다. 여유 있게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나오겠지, 또 안 나오면 어쩌겠는가? 지놈의 팔자인 것을. 재문 엄마는 마음이 여러 꼭 찾아야 겠다는 생각인가 보다. 야, 이 썩을 놈아, 가출한지 10일이 넘었으면 빨리 집으로 돌아 올 것이지 어디를 싸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빨리 들어오지 않으면 가출 신고 해버린다. 빨리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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