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계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토록 무능하고 부적격한 이가 교육부 장관의 문턱을 밟으려 한 적이 없었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김명수 후보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도 왜 내가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후보자뿐 아니라 청문회 중계를 시청하던 누구라도 납득할 수 없었다. 교육계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어떻게 저런 사람이 후보자로 나올 수 있느냐”며 경악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김 후보자는 낙마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11일 오후까지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참고하겠다”고 답해, 자진사퇴 또는 지명철회가 유력한 쪽에 힘을 실었다.
야당은 이미 부적격으로 결론 내렸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러 야당측 청문위원들이 ‘무의미하다’며 중단을 요구하거나 퇴장했다. 여당 역시 더 이상 방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성범 여당 간사(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11일 오전 여당 교문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했는데 불가론이 다수”라며 “김 후보자가 청문위원들의 질문 요지를 파악하지도 못했고, 똑부러지게 의혹을 해명하지 못해 자질이 부족하다는 점만 부각됐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불만까지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지난 6월 13일 지명부터 5주간 제자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표절, 연구비 부당수령, 사교육업체 주식 보유 등 갖은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명백한 표절 근거를 눈앞에서 보고도 인정하거나 사과하기는커녕 표절이 아니라고 부정해 “교육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과 교수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지 않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표절에 대한 정의를 현행 가이드라인 대신 ‘특수한 용어나 새로 만들어진 단어 중심으로 인용 없이 베끼는 경우’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대한민국 교육을 위해 사퇴하시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기본적인 교육철학도 없었다. 극우성향의 역사관과 교육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청문회 자리에서는 그러한 교육철학도 일관되게 주장하지 못했으며 번복하기 바빴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와 현 교육부 정책을 읊어내지도 못하는 수준에 그쳤다.
가장 시급한 교육정책이 무엇인지 물어도 “구체적인 것이 없다”고 답했으며, 고등교육의 최대 현안인 대학구조개혁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이라고 얼버무렸다. 김 후보자는 장관으로 취임하면 구조개혁 평가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각종 신문 칼럼과 인터뷰를 통해 현 정부가 추진·유지해온 자유학기제와 교육감 직선제, 3불정책(기여입학제·본고사 부활·고교등급제 불가) 등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정작 청문회 자리에서는 현행 정책기조에 맞춰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종훈 의원(새누리당)은 “후보자는 지난해 모 일간지 칼럼에서 정부의 대입논술 규제 및 쉽게 출제되는 수능에 대해 ‘대학 자율성을 축소하는 처사’라고 말한 바 있다”며 정부와 입시정책이 충돌하지 않는지 질의했다.
김명수 후보자는 이에 대해 “교수 시절 바라보던 것과 달리 교육부 장관으로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며 “수능 역시 선발기능을 가진 평가는 변별력이 있어야 하지만, 아이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공부에 흥미를 붙이게 하려면 쉬운 수능 정책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태년 야당 간사(새정치연합)는 “현 정부 교육정책 방향과 평소 교수 시절 주장했던 내용이 충돌하는 게 많은데, 왜 소신을 버리고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냐”고 물으며 “평소 교육철학을 버리고 '관리자'로서 드디어 입신양명(立身揚名)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총리감으로도 부적격이라는 점도 증명됐다. 김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짜와 실종자 수조차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충격을 던졌다.
“청문회가 낭만적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백주대낮에 벌거숭이로 내동댕이 쳐질 줄 몰랐다” “주식투자는 연구와 강의한 뒤 남는 시간에 했다” “5.16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지금은 정변이라는 교과서 해석을 따른다” 등 청문회 내내 동문서답과 엉뚱한 대답으로 일관했던 김 후보자는 11일까지도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며,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 승인 2014.07.11 19:3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