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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생각 에세이

세월호 참사 100일

지난 19일 다시 찾은 전남 진도 팽목항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태풍 `너구리`가 지나간 뒤 상륙한 장마전선으로 인해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비가 그치자 자욱한 안개가 팽목항을 뒤덮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100일이 다 됐지만 아직도 10명이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안산 단원고 학생 5명과 교사 2, 일반인 3명이다. 지난 18일 조리원 이묘희 씨(56)294번째 희생자로 발견됐다. 그마저 24일 만에 발견된 희생자다.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기약 없는 기다림에 목을 매고 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단원고 학생 남현철 군(17) 아버지는 "너무 많은 것들을 100일 동안 겪었다"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젠 말라버릴 법도 할 눈물이지만 그는 아직도 물속에 있는 아들 생각만 하면 목이 메인다. 그는 "가면 갈수록 가슴이 위축되고 더욱 조여 오고 허전함에 하루에도 열두 번씩 죽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며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에 생업을 내팽개치고 달려왔는데,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경제적으로도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 245명을 포함한 294명이 물에 묻혔고, 그들보다 더 많은 사연들도 함께 묻혔다. 실종자 10명 가족들은 여전히 현장을 뜨지 못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팽목항에 나가 "내 아들, 내 딸~"을 외치고 있다. 유가족들은 피붙이를 잃은 ``을 풀어 달라며 길거리로 나갔고,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씨름 중이다.

 

하지만 전국에 일었던 비통함은 이제 옅어질 대로 옅어졌다. 매일매일 늘어나는 희생자 수에 함께 눈물을 흘렸던 시민도 더 이상 세월호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북적거렸던 진도도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남군 아버지는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는 말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전 천안함 사건이 나고 한 달이 지나서 `아직도 저걸 수색해?`라고 말했는데 우리가 겪으니까 얼마나 비수 같은 말이었는지 알 것 같더라""국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니 끝까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들만의 진도`가 돼 버린 이곳에서 애끓는 속내를 털어놓을 유일한 버팀목은 이젠 식구가 돼 버린 자원봉사자들이다.

 

팽목항에서 석 달째 급식 봉사 중인 김 모씨(54)"하루만 더, 하루만 더 있어야지 하다가 어느덧 석 달이 흘러갔다""처음에는 건강을 걱정하던 아들딸도 이제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아침마다 응원하곤 한다"고 말했다.

 

진도의 눈물은 유가족만의 몫이 아니다. 속으로만 눈물을 삼키던 애꿎은 진도 주민도 이젠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세월호 참사로 진도 지역경제는 `쑥대밭`이 됐다.

 

휴가철 성수기지만 관광객 발길은 뚝 끊겼다. 실종자 수색 중 야간 조명탄을 장기간 발사하면서 꽃게, 멸치, 오징어 등이 잡히지 않아 어민 피해도 극심하다. 극심한 불경기로 신음하는 진도는 2차 피해자다. 피붙이를 잃은 슬픔에 매일 고통 속에 사는 희생자 가족들 때문에 작은 불평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이제 `임계치`를 넘어섰다.

 

진도군 범군민대책본부위원회 관계자는 "진도에서 생산된 특산물을 보내면 받은 사람이 반송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진도 내에 있는 낚시 전문점 19곳은 전부 폐업 위기에까지 몰렸다"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진도군 대책위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416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관광객 감소와 어업 소득 감소에 따른 피해액은 8983300만원으로 나타났다. 관광소득은 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2억원에 비해 203억원 줄었다. 관광객 수도 지난해 4~5월에는 111627명이었지만 올해 4~5월에는 23255명으로 크게 줄었다.

 

각종 어류와 해산물 판매로 지난해 4~6월 말 매출 225억원을 올렸지만 올해는 156억원에 그쳤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양식장을 덮치면서 발생한 피해도 300억원을 넘어섰다.

 

대책위는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진도군민 피해 보상 및 지원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대책위는 건의문에서 "상당수 어업인과 영세 소상공인, 관련 업계 종사자들 생계가 막막할 정도로 절박한 실정"이라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시 진도군민이 입은 직간접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시민이 외식과 쇼핑을 자제하는 등 지역 경제활동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매출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안산시가 최근 시내 소상공인 업소 71곳을 직접 방문해 작성한 `소상공인 매출 실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38개 식당 중 15곳이 세월호 사고 이후 매출이 30~40% 감소했다고 답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숙박업여행업은 4월부터 6월까지 예약건이 취소되는 등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원효환 기자 기사입력 2014.07.21 17:22:14 | 최종수정 2014.07.21 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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