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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졸졸졸 수도꼭지

 

베란다에 있는 늠름한 수도꼭지 모습이다. 물 받을 때 물이 튀지 않도록 호스를 연결해서 쓴다. 이 수도꼭지는 주로 베란다 청소와 다육이 물 줄 때 사용한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겨울에 물청소 하지 말라고 해서 한 동안 소용이 적었다. 자기를 예뻐해 주지 않아 서운 했던지 오늘 투정을 부렸습니다. 얘기는 이렇다.

 

베란다 수도꼭지 잘 잠그라는 집사람의 말을 귓등으로 들은 게 잘못이었다. 베란다 다육이 물을 한 양동이 주고 물을 양동이에 다시 채우려는데 수도꼭지가 이상했다. 수도꼭지를 틀지 않았는데 호스에서 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자동으로 틀어지는 수도꼭지를 설치한 것도 아닌데 수도꼭지에 문제가 있었다.

 

그제서야 집사람이 지난 번 베란다 화초에 물 줄 때 수도꼭지 꽉 잠그라고 당부하던 말이 생각났다. 귀담아 들었어야 했는데 다 늦은 후회였다. 수도꼭지의 빠킹이 고장 난 것 같았다. 세심하게 잘 잠갔어야 했는데 대충 잠가 물이 졸졸졸 새고 있었다. 언제 부터 샌 거야? 이번 달 물 값이 걱정되었다. 이거 큰일 났다.

 

집사람에게 관리실에 전화해서 사람 부르라고 했다. 전화한지 10분 만에 관리소 직원 두 사람이 왔다. 다육이 물을 마저 주고 있다가 베란다로 들어오는 그들과 마주쳤다. 빨리 왔다. 하기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물 아닌가? 일이 급함을 알기에 빨리 왔다. 수도꼭지를 살피더니 빠킹이 고장 났다 했다.

 

나를 보더니 돈 있어 보였는지 빠킹은 소모품이라며 8천원을 내라고 했다. 돈 있겠다고 봐 준 건 고마운데 너무 비쌌다. 집사람에게 추운데 오셨으니 따끈한 커피 준비하라 하고 5천원에 하자고 했다. 치사하게 3천원을 깎는 나를 보더니 긍휼이 여겼던지 그냥 해주겠다고 했다. 그냥 해준다고? 땡잡았다. 땡큐였다.

 

5분만에 다 고치고 관리소 직원들은 갔다. 잘 잠가지나 물을 틀고 나서 잠가 봤다.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퍼펙트였다. 집사람과 번잡스러운 일이 생겼다며 많이 걱정했는데 관리실 사람들 덕에 쉽게 해결됐다. 더군다나 8천 원짜리를 꽁짜로 고치지 않았던가? 오늘은 일이 잘 되려나 보다. 너무 공짜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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