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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애 섰나?

학원을 끝내고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갑자기 순대국 생각이 났다. "재문 엄마, 애들 순대국 사다 주자." 재문 엄마가 좋단다. 버스 환승을 위해 마을버스 2번을 타고 공덕동 오거리에서 내려 공덕 시장으로 걸어갔다. 10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여기는 초저녁이었다. 술잔치, 말잔치, 빈대떡 잔치. 잔치 잔치가 벌어졌다. 갑자기 술이 땡기는 이유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우리가 잘 가는 순대국집이 나온다. 사장님이 족발을 손질하다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학원 잘 되시죠?" "사장님네 만큼은 안 되는데요."

순대국 3인분을 포장해 달라고 주문했다. 재문 엄마가 커피를 한 잔 갖다 주었다. 믹스 커피. 커피 맛이 묵직했다. 오늘은 대장 사장님도 계셨다. 요즈음에는 가게에 잘 안 나오시는데 오늘은 계셨다. 재문 엄마가 반갑게 인사를 드리니 대장 사장님이 기분이 좋으셨나 보다. 순대국 준비하는 직원에게 양을 넉넉히 해서 포장해 드리라고 하셨다. 건네주는 봉지를 들어보니 묵직했다. 들통 반만큼 담았나 보다. 정성껏 싸주는 순대국을 들고 재문 엄마와 시원한 밤공기 맞으며 집으로 서둘러 갔다. 애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순대국은 재환이도 좋아하지만 시현이가 무척 좋아한다.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중이라 9층까지 열나게 올라갔다. 문을 여니 꽁이와 깡이가 먼저 우리를 반겼다. 멍멍멍멍. 신발을 벗으면서 순대국 먹으라고 외쳤다. 시현이와 재환이가 쏜살같이 달려 나왔다. 재환이는 상 펴고 시현이는 숟가락 젓가락 놓고. 재문 엄마는 순대국 가져 오고. 나는 앉아서 맛있게 먹고. 재문이가 없어 아쉬웠다. 오늘도 내가 먹고 싶어 순대국 잔치를 벌였다. 저녁 늦게 먹으면 안 좋은데. 아빠 때문에 살찌겠다. 요샌 왜 이리 먹고 싶은 게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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