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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염수정 추기경

어제는 미사에 가기가 정말 싫었다. 박근혜 씨가 명동성당에 나타나 미사를 보며 교회를 더럽혔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명동성당에 정황을 확인하려고 전화를 하니 명동성당 사무장이 받았다. 어떻게 박근혜 씨가 명동 성당에 와서 미사를 볼 수 있었냐고 하니 "염수정 추기경님이 서울대교구 교구장이고 주교좌 성당에서 미사 집전하는데 뭐가 잘못인가요?"라고 말했다. 도둑이 제 발이 저린 격이다. 사무장에 대한 내 대답은 이러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계셨다면 박근혜 씨가 미사를 볼 수 있었을까요?" 심기가 많이 불편했는지 이 말을 듣자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사무장이 자기 말만 하고 끊었다. 예의가 없다.

모든 조직에서 자리는 상응하는 권력을 갖는다. 교회 조직이라고 예외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온전하지 않으니 권력의 힘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하지만 신앙인으로서 기도하며 권력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가져야 한다. 겸손하고 소박하게 낮은 곳을 지향하며 살아야 한다. 나는 명동 성당에서 박근혜 씨가 미사를 보게 밝은 낯으로 배려해 주었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어제 박근혜 씨가 교회를 더럽히게 허락했는가? '더럽혔다'는 말이 이해 되지 않으면 세월호 촛불집회에 한 번 나가 보라. 박근혜 씨가 어떤 모습의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참 인간의 모습으로 마음 아파하며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을 똑바로 봐라.

교회가 하느님을 버리고 있으면서도 하느님을 섬기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교회가 비인간화되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어제 언짢은 마음으로 이냐시오 성당 미사에 참석을 했다. 광주 민주항쟁이 있은지 34년이 되는 날이어서 인지 미사가 무거웠다. 강론은 서강대학교 이냐시오 성당 김용해 신부님이 해 주셨다. 강론을 들으며 한 신부님이 울보처럼 많이 우셨단다. 미사 드리며 광주, 세월호가 하나 되며 죽어간 이들의 영혼과 고통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셨다고 한다. 소박하고 인간적인 사람들과 함께 미사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여, 그 권력이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지를 항상 성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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