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수업을 끝내고 잔 업무를 처리한 후 집에 와서 밥을 먹으니 3시 반이었습니다. 6시에 미사가 있으므로 미사 전까지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었습니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혼자였습니다. 재환이는 공부해야 한다고 오늘은 안 되겠다고 했습니다. 재문 엄마는 자전거 타는 거 좀 더 연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집에서 한강 자전거 도로로 진입하는 것이 처음이라 헤맸습니다. 그래도 오던 길 다시 돌아가지 않고 진입로는 한 번에 찾았습니다. 지난번에 갔던 양화대교 방향이 아니라 반포대교 방향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봄바람이 아주 향긋했습니다.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날씨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제 자전거를 타며 쌓인 피로가 살살 올라왔습니다. 20분쯤 타니 많이 힘들었습니다. 좀 참고 타자하고 계속 가니 더는 못 갈 것 같았습니다. 자전거의 방향을 돌렸습니다. 더 가다가는 돌아 올 때 자전거를 끌고 와야 할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아서였습니다.
돌아 올 때는 천천히 달렸습니다. 아침부터 몸이 안 좋았었는데 괜히 왔나 싶었습니다. 기왕 왔으니 살살 타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려 애썼습니다. 봄 햇살이 물 위로 비치는 모습은 참 좋았습니다. 갈 때보다 한 배 반은 천천히 왔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월했습니다. 예전에 애들과 롤러블레이드를 타러 왔을 때 기억이 있어 마포로 빠지는 출구는 쉽게 찾았습니다. 빙빙 돌아서 올라오는 길이었습니다. 고수들은 자전거를 타고 올라 올 수 있지만 나는 자전거를 끌고 올라 왔습니다. 올라가다 중간에 힘들어서 가져간 물을 마시며 잠깐 쉬었습니다. 사진은 그때 찍었습니다. 10분 쯤 쉬었다가 다시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자전거를 평지에서는 타고 언덕에서는 끌며 겨우 도착하니 재문 엄마가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했습니다. 힘들어 자전거 못 타겠다고 하고 재문 엄마와 막내아들 녀석에게 자전거 묶어 놓으라고 했습니다.
잠깐 쉬니 성당으로 미사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힘들어서 가기 싫었지만 참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재문 엄마가 걱정이 되는지 오늘 미사 갈 거냐고 물어 봤습니다. 심통난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섰습니다. 많이 늦게 출발했는데 택시 기사가 운전을 잘 해 빨리 왔습니다. 꾸무럭거려 늦을 줄 알았는데 성당에 도착하니 미사 시작 5분 전이었습니다. 피곤하여 졸릴까봐 성가를 큰 소리로 불렸습니다. 아마 신부님이 놀라셨을 겁니다. 다행히 많이 졸지는 않았습니다. 미사 끝나고 시현이 봄옷을 사 줄까 하다가 재환이가 시간이 없다고 해서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7시 30분이었습니다. 재문 엄마가 차려 주는 밥을 후다닥 먹어치우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잠에 골인. 그때부터 자기 시작해서 오늘 아침 6시에 일어났습니다. 어제 몸살기가 있었나 봅니다. 그래도 자전거 한 시간 반 타고 완전히 뻗은 것을 보면 체력이 완전 고갈 되었음입니다. 등산과 자전거 타기로 예전 젊었을 때의 체력을 되찾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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