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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한 밤의 음악 산책

 

학원 수업이 오후 6시에 끝났고 집에 와서 밥을 먹은 시간이 7시니 2시간 반 정도 자고 일어난 것 같습니다. 일어나니 9시 반이었습니다. 다리에 알이 배긴 듯이 뻐근했습니다. 요즈음 토요일은 항상 그렇습니다. 9시간 넘게 수업을 하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다리에 피로감이 좀 쌓입니다. 깨어서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정말 오래 간만에 거실에 있는 오디오를 켰습니다. 안방에 있는 간편 오디오보다는 조금 더 나은 소리를 전해 주는데 한동안 손이 선뜻 가지 않았습니다. 브람스 변주곡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았습니다. 밤에 조용히 듣기에는 좋은 곡들입니다. 시현이가 아빠는 왜 브람스 곡만 좋아하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가볍지 않은 명랑함과 서정성이 있어 좋습니다. 중후하고 보수적인 면도 보이고요. 간만에 Elton John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들었습니다. '미안'이란 말이 가장 어렵다고 하네요. 요즈음 재문 엄마가 집안 일, 학원 일, 애들 일로 정신없어 합니다. 노래를 들으니 재문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찐하게 다가오네요. 재문 엄마에게 내일은 맛있는 것 좀 사 줘야 겠습니다. CD player에 저와 20년은 족히 함께 있었을 CD를 넣었습니다. 송창식의 상아의 노래가 9번 트랙에 있습니다. 재문 엄마와 함께 들었습니다. 대학교 때 술 한 잔 마시고 호젓한 길을 걸으며 허공에 대고 불렀던 노래입니다. 간만에 좋아하는 오디오로 좋아하는 음악 들으니 몸이 가뿐해집니다. 음악을 듣다보니 쎈치해지려 하네요. 너무 깊게 빠지면 안 되니 음악은 여기까지 들어야 겠습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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