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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명동 산책

 

지난 일요일 재환이의 소원 하나를 들어 주었다. 꼬꼬시티 가기. 친구들한테서 얘기를 들었는지 한참 전부터 치킨 무한 리필 전문점 '꼬꼬시티'를 가자고 했다. 시현이가 성당 성가대 MT 간 틈을 타서 일요일 오전 수업이 끝나고 재문 엄마, 재환이, 나 3인이 명동으로 출발했다. 전화로 대체적인 위치를 확인했다. 우리가 잘 아는 지역에 위치했다. 지하철을 타고 명동역에서 하차해서 10분 정도 걸어가니 간판이 보였다.

 

테이블에 앉아 바비큐 매운 맛과 간장 치킨부터 주문했다. 한 6~7분 정도 기다리니 시킨 것이 왔다. 일단 허리띠를 풀어 놓고 천천히 치킨 맛을 음미하며 먹었다. 많이 먹으려면 속도를 내면 안 된다. 맛은 중급 수준. 먹을 만 했다. 재환이가 무척 잘 먹었다. 재문 엄마는 치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먹는 흉내만 내고 있었다. 한 접시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금방 치킨 두 접시가 사라졌다. 살짝 배가 불렀다. 벌써?

 

메뉴의 모든 치킨을 먹겠다는 전략을 짜고 한 가지씩 시켰다. 오븐 누드구이, 갈릭치킨, 파닭, 바비큐 데리야끼 맛, 바비큐 양념 맛.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양념치킨을 시켰다. 근데 앞의 치킨들은 그럭저럭 맛이 괜찮았는데 양념치킨은 맛이 형편없었다. 더군다나 양이 너무 많아 우리를 힘들게 했다. 배가 찰대로 찼는데 양념치킨의 양이 다른 것의 세 배는 되었다. 남기면 벌금 5천원. 벌금 안 내려고 애써 먹었다.

 

꼬꼬시티를 나오니 미사 시간까지 20분이 남았다. 성당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명동 성당이 5분 거리였다. 진입로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고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앞자리에 앉았다. 한참 만에 명동 성당에 오니 분위기가 낯설었다. 미사는 정시에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의 건강함을 위해 기도했다. 미사는 한 시간이 채 못 되어서 끝이 났다. 명동 성당을 빠져 나오는데 성당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사람이 있었다.

 

전철을 타러 가다 재환이 옷을 샀다. 단골 가게 들르려 했는데 단골 가게 가기도 전에 재환이가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아 버렸다. 가격을 물으니 3만원이랬다. 남들이 들으면 안 되는 것처럼 계산기에 옷 가격을 찍었다. 2만 5천원을 건네주었다. 그 가격에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안 되는 게 어딨어? 돈을 손에 쥐어 주었다. 천원만 더 달랬다. 큰아들 휴가 나오면 다시 오겠다는 립서비스를 남기고 옷 가게를 빠져 나왔다.

 

재환이가 휴식을 잘 취했다. 치킨도 먹었고 옷도 샀고. 전철 타고 효창공원앞역까지 왔다. 10분 정도 걸어 마을버스로 환승하면 집 앞까지 갈 수 있다. 다이소에서 화분을 사려고 재환이를 먼저 집에 보냈다. 들어가 보니 찾는 화분이 없었다. 왜 없지? 재문 엄마가 필요한 것 몇 개를 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간만에 3인의 데이트였다. 시현이한테 꼬꼬시티 간 것 들키면 안 된다. 재환아, 누나한테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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