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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늘 구름 뭉텅이가 앉아 있다

 

재환이 고등학교 알아보려고 중앙고등학교 갔다 오다가 종로3가역의 스크린도어에 걸려 있는 시를 한 장 찍었다. 이하석 님의 "시인"이란 시다. 스크린도어에 있는 시들이 대개 별로여서 잘 안 보는데 이 시는 이상하게도 끌렸다. 처음엔 의미 파악이 안 돼 낯설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시의 의미가 살아났다. 전철이 오기 전에 열댓 번 읽었으려나. 뭐 이런 시가 다 있냐라고 묻지 말고 여러 번 읽어 보자. 그럼 시인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들어 올 것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구름 뭉텅이다. 마음속에 봄의 천둥처럼 타협을 모르는 혼란스러움이 있다. 그칠 줄 모를 우레가 계속 치고 있다. 시인은 이를 이겨내고 내면의 성숙을 이뤄내야 한다. 또한 시인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적 감성으로 촉촉이 젖어 있다. 수분을 머금은 시인은 감성적 유연함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인은 의자에 앉은 정물처럼 보이나 실제 내면의 모습은 그와 사뭇 다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생각을 읽어 내기가 어렵다.

 

“What is a poet? An unhappy man who hides deep anguish in his heart, but whose lips are so formed that when the sigh and cry pass through them, it sounds like lovely music. And people flock around the poet and say: ‘Sing again soon’ — that is, ‘May new sufferings torment your soul but your lips be fashioned as before, for the cry would only frighten us, but the music, that is blissful.” — Søren Kierkegaard

 

[이하석 시인]

1948년 1월 24일 경북 고령 출생. 경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영남일보』 생활여성부장이며 민예총대구지부장이다. 1971년 『현대시학』에 「관계」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0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하석은 현대문명의 반 인간성을 독창적인 광물학적 상상력으로 표현한 시인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