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governs memory."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영화 Memento의 줄거리를 토대로 만든 캐논 카메라 CF에서 나왔던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Memory governs record." 기억이 기록을 지배한다. 기록은 내 밖에 있고 기억은 내 안에 있다. 기록은 인위적이고 기억은 자연스럽다. 기록은 딱딱한 사실을 전달하고 기억은 어설픈 흔적을 전해준다. 정확하고 확실한 것이 최고라면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워진 흔적들을 더듬으며 기억의 조각을 맞춰 나가는 것은 기록 그 이상이다. 그것이 조작적이어도 좋다. 어렴풋한 기억을 모두 모으면 기록의 모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맞추지 못한 부분은 그대로 놔둘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아릿함으로 그곳을 채워 넣고 싶다. 나는 우리의 기억이 불완전하고 모자라서 좋다. 오늘도 기록과 기억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