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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네 이야기/가족 풍경

FM

TV에서 FM이란 말이 나왔다. 시현이가 FM이 뭐의 약자냐고 물어봤다. 그게 뭐의 약자였더라? 인터넷에서 찾아 봤다. FM은 군대 야전 교범 Field Manual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란다. "FM대로 한다"라는 말은 철저히 원리원칙대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런데 시현이가 밥 먹다 말고 왜 갑자기 이것을 물어 보지? 물어 보는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겠지? 얘기가 다른 쪽으로 튈까봐 밥 먹기를 재촉하였다.

 

기실 시현이가 요새 나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다. 나도 낌새를 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말할 기회를 절대 주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귀가 시간 문제였다. 시현이의 현재 귀가 시간은 밤 10시 30분이다. 여하한 일이 있어도 10시 30분까지는 집에 들어 와야 한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 말고서는 이것은 꼭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시현이가 귀가 시간이 있는 것에 대해서 갑갑해 했다.

 

시현이의 말은 이러했다. "나도 이제 대학교 1학년이고 혼자서 판단할 수 있는 나이인데 귀가 시간이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자율적으로 생활하고 싶다. 친구들 중에서 귀가 시간이 있는 아이들이 없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귀가 시간이 10시 반까지면 그렇게 빠르지도 않다. 집에서 귀가 시간을 전체적으로 10시 반으로 잡고 있는데 시현이만 예외일 수는 없다. 재문이도 군대 가기 전에 귀가 시간이 똑같았다.

 

더군다나 특별한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늦을 상황이면 귀가 시간을 뒤로 늦춰 준다. 시현이에게 쓸 데 없는 소리 말고 귀가 시간 정확히 지켜 오라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용돈을 삭감할 거라는 엄포와 함께. 애들은 나한테 아빠는 너무 보수적이라 말한다. 맞는 말이다. FM대로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 융통성 있게 원칙을 적용하고 싶지만 그러면 원칙 부분이 훼손될 수가 있다. 원칙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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