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수업을 끝내고 마을버스를 탔는데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가 재문이가 휴가 나온 첫날 자기 버스를 탔었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큰아들이 재대할 날짜가 다 되어서인지 더 어른스러워졌다고 했습니다. 재문이가 오늘 휴가를 끝내고 귀대했습니다. 재문 엄마가 마을버스 아저씨의 얘기를 듣고 재문이 자랑하느라고 바빴습니다. 6박 7일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기말고사 준비기간이라 시현이와 재환이가 꼼짝을 하지 못했습니다. 재문이가 재대하면 입을 옷 사러 명동에 간 것이 온 가족이 간 유일한 행사였습니다. 재문이도 동생들이 시험 준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였습니다. 말년 휴가 때 함께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재문이가 영화를 보고 싶어 했는데 영화를 보여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아침에 용산CGV 홈페이를 확인하니 마땅한 영화가 없었습니다. 재문 엄마와 얘기해서 "덕수리 5형제"를 보기로 했습니다. 12시 5분에 시작하는 영화여서 11시 반쯤에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군인이라고 영화표와 팝콘을 할인해 주었습니다. 영화관에 들어가니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지정석이 있었지만 편한데 아무데나 앉아서 보았습니다. 간만에 세 식구만의 오붓한 시간이었습니다. 영화가 2시가 가까이 되어서 끝났습니다. 영화 괜찮았냐고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보기 전부터 볼 마땅한 영화가 없어 기대 하지 않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걸 영화라고.
계획대로 점심을 먹기 위해 영화관을 빠져 나와 아이파크몰 7층에 있는 계절 밥상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입구에 쭉 앉아 있는 것이 불길했습니다. 데스크에 물어 보니 1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크, 이를 어쩌나? 우리는 계획을 급하게 수정했습니다. 아이파크몰 6층 프라이데이스로 갔습니다. 자리가 있었습니다. 다른 곳보다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 티켓을 주니까 서비스 음식을 갖다 주었습니다. 셋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메인 음식을 먹고 좀 쉬었다가 나왔습니다. 재문이 옷을 사줄까 했는데 재문이가 괜찮다고 했습니다. 말년 휴가 나오면 그때사자고 얘기하고 대신 용돈을 좀 주었습니다.
재문이를 배웅해 주려고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수업 시간을 약간 미뤄 놓았는데 그 시간마저 다 되었습니다. 서둘러 용산역 TMO로 가서 청평행 열차표를 끊었습니다. 처음 TMO 왔을 때는 그렇게도 어색해 하더니 제대할 때쯤 되니 척척이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사진을 찍고 서둘러 택시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4시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재문이가 배웅을 해 주었습니다. 택시가 출발하는데 재문이가 아직도 우리가 탄 택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재문 엄마도 재문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빨리 갔습니다. 제대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남은 군대 생활 잘 하고 건강하게 제대하길 기도했습니다.
학원에 와서 수업에 들어갔는데 재문 엄마가 재문이가 준 핸드폰이 안 보인다고 했습니다. 서둘러 학원에 오다가 택시에서 빠진 모양이었습니다. 잠바 주머니가 얕다고 했습니다. 아직 할부금도 다 못 냈는데 어떡하지? 재문이의 핸드폰 번호로 전화하니 처음엔 받지 않았습니다. 순간 못 찾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더 해봤습니다. 오랜 벨소리 울림이 있었고 그제서야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확인하니 택시에서 핸드폰을 주었답니다. 이대 쪽인데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전화하면 자기가 나오겠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시험 준비에 열심인 시현이한테 가서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재문이가 삶의 한 과정을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제대하고 나와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꾸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잘 해나갈 거라 확신합니다. 왜냐고요? 제 아들이니까요. 속 깊은 마음 한결 같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