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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생각 에세이

이제 가을도 끝나간다

 

서강대학교 정문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화단이 길가 양쪽으로 펼쳐져 있다. 봄, 여름, 가을. 계절마다 화단 모양새가 참 다르다. 지금은 가을. 화단에는 낙엽이 지천이다. 자존(自尊)이 있어서인지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 모습이 곱다. 켜켜이 쌓여 서로 기대어 있는 너희들 모습이 정겹다. 예전 어렸을 때 낙엽에 발목을 잡히며 가을 산에서 뛰어 놀던 기억이 난다. 세월을 이만큼 이처럼 살았다. 그래, 너희들처럼 나의 삶도 언젠가 끝이 있겠지. 나도 마지막을 곱게 맞이하기 위해 열심인 삶을 살아야 겠다.

 

그런데 낙엽들아, 너희들 거기서 춥지 않니? 아침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말이다. 벌거벗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너희들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구나. 얘들아, 부족하더라도 서로의 따사로운 온기로 몸을 뎁힐 수 있도록 더 세게 끌어안고 사이좋게 잘 있거라.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도 잘 아는 너희들이기에 서로를 의지하며 이 추운 겨울을 잘 버텨낼 것이라고 믿는다. 겨울이 다가옴을 너무들 슬퍼하지 말고 당차게 마지막까지 너희들의 삶을 불태우거라. 너희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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