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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생각 에세이

다른 사람 생각 쫓아가기

 

오목교역점 ZOOCOFFEE. 한국 토종 브랜드 커피숍 이름이다. 커피숍 안에 실물 크기의 동물 인형들이 있다고 한다. 창에 붙어 있는 사인보드가 눈에 뜨여 안에 있는 주인장의 눈치를 살피면서 찍었다. 구도가 잘 안 잡혀서 여러 번 시도해서 간신히 이 사진을 얻었다. 집사람이 사진을 보더니 실물 간판 모습보다 더 잘 나왔다고 한다. 립서비스. ZOOCOFFEE라는 이름을 처음 보았을 때 무슨 뜻인지 몹시 궁금했다.

 

ZOOCOFFEE. 동물원 커피라. 커피원두가 동물원의 동물들과 관련이 있나? 동물원 같은 분위기 속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얘기인가? 동물들 옷을 입은 사람들이 커피를 써빙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교회 다니는 사람이 주님이 주신 커피 감사히 마시겠다며 이렇게 지었나? 의미가 헷갈린다. ZOOCOFFEE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동물원 분위기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커피숍 이름을 이렇게 지었단다.

 

네이밍 작업은 이름과 의미를 매칭시키는 작업이다. 직관과 논리로 이루어진다. 네이밍한 결과물을 보며 왜 그렇게 지었는지 상상하는 것은 우리의 자유다. 하지만 네이밍한 사람의 의도를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나만의 생각에 빠져 있지 말고 상대방의 의도를 살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내 상상 속에서 새로운 이름과 의미가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서로에게 나만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독단이다.

 

"사람인 人.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게 삶이다. 내 생각만 붙들지 말고 남의 생각도 살피며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