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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화분 정리 1

 

재문 엄마가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며 꼭 한 가지 해 보고 싶어 하던 것이 있었다. 베란다에서 테이블 놓고 오붓하게 커피 마시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딱히 들어주지 못할 것도 아니었지만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베란다를 내가 키우는 화초가 완벽하게 점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화분 개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베란다를 꽉 채우고도 넘쳐흘렀다. 재문 엄마가 참는 것이 한계에 왔는지 베란다에 있는 화분 정리를 일요일까지 안하면 다 갖다 버리겠다고 선언을 했다. 한다면 진짜 하는 성격인지라 큰일이었다. 저 많은 화분들을 어떻게 정리하지? 생각에 생각을 더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고 시간만 자꾸 갔다. 이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나의 고민은 깊어 갔다. 머리가 아팠다.

 

일단 화분대를 마련해야 했다. 그래야 그 위에 쌓고 정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집에 화분대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존의 화분대는 세로 길이가 너무 길고 3단 밖에 뒤지 않아 자리만 차지하고 많은 화분을 놓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는 화분대는 가로 길이 120cm 내외, 세로 길이30cm 내외의 5단 이상 화분대였다. 인터넷에서 5단 화분대를 검색해 보니 있긴 한데 마음에 드는 것이 너무 비쌌다. 직접 만들면 반값도 안 들 것 같았다. 그러나 직접 만들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재환이가 지금 시험 준비 기간이고 곧 시험에 돌입하니 작업을 마음 편히 할 수가 없었다. 한 개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4개를 만들어야 했다. 사포 작업으로 인한 분진, 전동드릴 소음, 그리고 스테인 작업과 바니쉬 작업에 의한 산만함까지 자신이 없었다.

 

직접 만드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내가 원하는 화분대가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꼼꼼히 했다. 모양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철제 프레임 화분대를 찾았다. 상판을 원목으로 하면 좋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상판은 lpm 상판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내가 찾는 것은 개당 15만원 내외였다. 생각보다 비쌌다. 더 싼 것이 없을까? 분명 품질이 비슷한 더 싼 것이 있을 것 같았다. 쇼핑몰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간해서 그 녀석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방법이 없었다. 찾은 화분대를 사려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찾아보자.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거다. 재문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 줄 테니 그냥 사라고 했지만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뜨고 더 싼 것을 찾아다녔다.

 

그 녀석을 찾으려고 찾은 것이 아니었다. 어찌 찾았는지 기억도 없다. 갑자기 5단, 가로 길이 120cm, 세로 길이 24cm의 화분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세로 길이가 약간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가격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배송비를 포함한 4개의 가격이 222,000원이었다. 개당 55,500원. 비싼 화분대보다 품질이 떨어지지 않나 비교에 비교를 했다. 상품평을 읽으니 품질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금요일 12시에 옥션에 주문을 넣었다. 판매자에게 토요일 쓸 화분대니 반드시 당일 발송해야 한다고 신신당부 했다. 저녁 때보니 당일 발송이 되어 있었습니다. 토요일에 동부택배 공덕점에 전화해서 꼭 당일 배송해 달라고 전화했다. 한참 수업하고 있는데 택배 기사한테 전화가 왔다. 배송 완료 했다고. 아, 숨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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