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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수박

 

학원 수업을 끝내고 재환이가 좋아하는 가마로닭강정을 샀다. 집에 가는 버스를 타려고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다가 트럭 수박 장사를 만났다. 머리통 만한 게 한 통에 5천원이었다. 며칠 전에 같은 크기가 만원이었는데. 재문 엄마가 싸긴 한데 힘들다며 내일 사자고 했다. 그럴 수 있나. 이렇게 수박이 싼데. 내가 들고 가기로 하고 수박을 한 통 샀다. 아저씨가 권해주는 큰 수박을 갖고 낑낑대며 집에 왔다.

 

집에 와서 가마로닭강정을 맛있게 먹고 디저트로 애써 사온 수박을 깨쳐 먹었다. 내가 수박 들고 오느라 가장 고생했으니 첫 번째로 수박을 먹었다. 수박장사의 말처럼 수박이 무척 달았다. 어디 수박이기에 이렇게 달지? 수박을 먹으며 수박이 제철임을 알 수 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몇 조각 더 가져오라고 했다. 수박을 다 먹으니 더위도 저만치 물러섰다. 장마가 지면 수박 맛이 떨어지니 그 전에 많이 먹어놔야 겠다.

 

수박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장바닥에 놓인 수박들을 자전거 배우다가 아작낸 것이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쯤인 것으로 기억된다. 수박값 엄청 났을 텐데 뒷일은 애써 기억에서 지웠다. 또 하나는 여름만 되면 자기네 집 수박을 가져온 김기준이란 녀석이다. 지금은 안산에서 사는데 맛있는 수박만 가져와서인지 정말 꿀수박이었다. 그 수박만큼 맛이 배어 있는 수박을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전화 통화에서 재문이 면박을 8월 2일에 가기로 결정했다. 온 식구가 다 갈 예정이다. 재문이한테 가며 수박 맛있는 거 한 통 가져가야 겠다. 우리만 맛있는 거 먹으니 미안해서이다. 재문 엄마가 그 무거운 걸 어떻게 가져가려 하냐고 얘기할 거다. 그 날은 귀 막고 맛있어 보이는 수박 골라 직접 가져가야 겠다. 예전에 수박 농사를 짓던 외갓집 원두막에서 수박 팔던 솜씨를 한껏 뽐내며 맛있는 수박 제대로 골라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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