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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우리집의 어린이날

 

어린이날 전 날에 1학기 중간고사 준비를 정신없이 마무리했다. 몸은 예전과 같지 않게 피로로 만신창이었다. 이렇게 시험 준비를 하면서 힘들었던 것도 간만이었다. 나이가 들은 건지, 예전의 열정이 되살아난 건지. 나도 힘들었지만 집사람도 내 페이스에 보조를 맞춰야 했으니 힘들었을 게다. 두 사람 모두 다운.

 

힘들게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그동안 내팽개쳤던 어항을 살폈다. 중간고사 준비로 신경을 못써줘서인지 예상대로 어항이 엉망이었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쉽게 죽어나가는 구피 녀석들이 베기 싫었다. 보지 않는 TV를 켜놓고 어항을 정리해 나갔다. 새벽 5시까지 정리하니 대충 마무리되었다.

 

피곤한 몸을 뉘었다. 아침에 애들과 찜질방에 가려고 핸드폰으로 검색하다 잠이 들었다. 조금 잔 것 같은데 일어나니 10시가 넘었다. 집사람에게 찜질방에 가야 하니 서두르라고 했다. 시현이가 어린이날이라 찜질방에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여의도 가서 자전거를 타자 했다. 집사람도 시현이와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는 김밥을 싸고 군밤도 굽고 생수도 준비해서 여의도로 출발을 했다. 재환이가 여의도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리자는 것을 돈 아깝다고 집에 있는 자전거를 가져가라고 했다. 전철 역무원의 눈치를 보며 엘리베이터로 자전거를 옮겼다. 가끔은 재환 장사가 힘자랑하며 가파른 계단으로 옮겨 주었다.

 

여의나루역을 빠져 나오니 날씨가 싸늘했다. 더구나 나는 반팔을 입고 있었다. 몸에 열을 내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빨리 자전거 대여점으로 갔다. 한참 타지 않아서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어야 했다. 도착해서 바람을 넣으려고 하니 신형이라 자전거 밸브 사이즈가 자전거 펌프 사이즈와 안 맞았다. 이를 어쩌지.

 

자전거 대여점 사람에게 어댑터인 슈레더 있냐고 하니 다떨어졌다고 했다. 우리는 다른 자전거 대여점으로 이동했다. 있냐교 물어보니 역시 없다고 했다. 자전거를 대여해서 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때 재문이한테서 이쪽으로 오겠는 전화가 왔다. 우리는 집에 있는 자전거 펌프를 가져 오라고 했다.

 

가져온 김밥과 군밤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재문이가 왔다. 애들이 김밥을 먹는 사이 자전거에 바람을 넣었다. 간만에 넣어서인지 조금 헤맸지만 자전거 바퀴가 탱탱해질 때까지 듬뿍 넣었다. 재환이가 자전거를 타고 시현이는 집에서 가져온 롤러불레이드를 탔다. 집사람은 힘들지도 않은지 애들을 쫓아다녔다.

 

시현이가 4천원에 12개인 타코야끼를 사와서 함께 맛있게 먹었다. 해가 지려하니 날씨가 갑자기 더 싸늘해졌다. 놀만큼 놀아서인지 애들이 집에 가자고 했다. 재문이와 재환이는 먼저 집에 갔고 나와 집사람, 시현이는 집에서 어린이날 파티를 위해 시장에 갔다. 시장에서 가마로닭강정, 옛날통닭, 피자, 오뎅을 샀다.

 

집에 와서 큰소리로 재문이와 재환이를 불렀다. 꽁이와 깡이도 큰 소리에 신나 야단이었다. 재환이는 상을 펴고 시현이는 수저를 놓고 집사람은 먹을 것을 갖다 놓고 나와 재문이는 먹을 자세를 취했다. 3만원어치 조금 넘게 샀는데 푸짐히 먹었다. 식사 후 TV를 시청했다. 올해 어린이날은 이렇게 조촐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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