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현네 이야기/가족 풍경

아, 쪼잔하다

 

미사 시간이 오후 5시 반으로 땡겨졌다. 잔뜩 졸며 미사를 보고 서강대학교 길을 내려오는데 재환이와 시현이가 통닭을 먹고 싶다고 했다. 좋지! 나도 마침 통닭이 땡기던 참이었는데. 애들을 먼저 보내고 집사람과 나는 버스를 타고 시장에 있는 통닭집으로 향했다. 옛날 통닭을 먹고 싶었는데 애들이 싫어했다. 어쩔 수 없이 양념 통닭을 파는 치킨시대로 갔다. 버스에서 내린 시간이 6시 53분. 환승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었다. 7시 22분까지는 버스를 다시 타야 했다. 통닭집에 가는 도중에 다이소에 들러 어항 청소에 필요한 플라스틱 용기를 4천원에 두 개 구입했다. 7분 소요. 재환이가 좋아했으므로 오뎅집에서 오뎅을 포장했다. 4분 소요. 정육점에서 고기를 샀다. 4분 소요. 겉절이할 배추를 사려다가 허탕 쳤다. 배추가 싱싱하지 않다고 했다. 3분 소요. 다이소에서 전화로 미리 통닭을 시켜 놓았기에 집사람이 결제하고 바로 찾았다. 3분 소요. 다이소까지 걸어가는데 5분이 소요됐으므로 남은 시간은 3~4 정도였다. 마을버스 위치 확인 앱을 보니 간당간당했다. 집사람이랑 새마을금고 정류장으로 열나게 뛰었다. 집사람이 뒤에서 따라 오며 힘들다고 투덜거렸다. 아파트까지 천천히 걸어가자고 했다. 그럴 순 없지. 악착같이 환승해야지. 열나게 정신없이 뛰는데 앞에서 마을버스가 코너를 돌고 있었다. 초고속으로 달려서 잡아탔다. 먼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순서대로 타는데 시계를 보니 6시 21분이었다. 1분 남았다. 내 원 참. 새치기를 할 수도 없고. 정말 간당간당했다. 집사람이 먼저 버스에서 내렸으므로 먼저 카드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댔다. "환승입니다." 나도 재빨리 카드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었다. "환승입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마을버스의 우리 단골 좌석에 앉으며 집사람과 나는 빙긋이 웃으며 쾌재를 불렀다. 이상은 우리 두 사람의 힘겨운 버스 환승기였다.

'재현네 이야기 > 가족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할 놈의 감기  (0) 2015.03.16
봄맞이 산책  (0) 2015.03.12
딸아이의 책  (0) 2015.03.04
재환이 학교를 찾다  (0) 2015.02.27
재문이 마지막 두 번째 휴가  (0) 2014.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