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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네 이야기/가족 풍경

망할 놈의 감기

 

예정대로라면 지난주 금요일에 집사람과 이마트까지 봄맞이 산책을 가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감기 몸살 때문이었다. 산책 가기 전날, 그러니까 목요일 저녁에 학원 수업을 끝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오한이 났다. 오한이 본격회 되니 온 몸이 방바닥에서 파동치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집사람도 심각성을 알아채고 약을 찾고 난리였다. 급기야는 응급실에 가자는 말까지 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집사람이 열이 너무 난다며 해열제를 가져 왔다. 중간 중간 쉬지 않고 무리를 해서 아파 갖고 사람 귀찮게 한다고 집사람은 아픈 사람을 옆에다 놓고 연신 쫑알거렸다. 방으로 이동해 침대에 누워 이불을 세 장 덮었다. 그래도 열이 뻗히고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정말 응급실에 가야 하는 건가? 응급실에 가는 것도 귀찮았다. 119를 불러? 약을 먹었는데도 처음에는 전혀 약발이 없었다. 몸은 더 아파 오고 열은 더 나고.

 

이거 죽을 병에 거린 것 아녀? 집사람에게 수건에 물 묻혀 오라고 해서 몸을 닦았다. 이게 소용이 있을까? 몸을 닦느라고 움직였더니 더 힘이 들었다. 집사람은 열이 나니 이불을 덮지 말라고 이불을 자꾸 끌어 내렸다. 이불 갖고 옥신각신. 진짜 승질이 나서 확 퍼부었다. 아픈 사람 간병은 못할망정 염장만 지르고 있었다. 아파서 못 견딜 정도 였을 쯤에 잠깐 잠이 들었다. 깨어 나니 열은 조금 내려 있고 몸도 덜 힘들었다.

 

집사람도 열이 좀 내린 거 같다고 했다. 해열제를 조금 있다 한 번 더 먹자고 했다. 그 말을 몸이 들었는지 다시 열이 나고 아파오기 시작했다. 얼릉 약을 먹었다. 응급실에 갈까?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좀 넘었다. 동도 트지 않았는데. 좀 참아 보자 마음먹었다. 첫 번째 보다 좀 더 길게 잔 것 같았다. 일어나 보니 먼저 보다 참을 만하게 아팠다. 그래도 아직 아프긴 많이 아팠다. 집사람도 보더니 좀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또 한 번 해열제를 먹었다. 아침 일찍 단골 병원 가기로 하고 잠에 빠져 들었다. 일어나니 8시가 조금 넘었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어지럽고 몸이 잘 말을 안 들었다. 몸 추스르는데 시간 반 걸린 것 같다. 옷을 두툼하게 입고 타워팰리스에 있는 내안애 내과로 갔다. 도착하니 10시 30분 정도 되였다. 전화했을 때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말과는 달리 운 좋게도 접수하고 바로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진료를 받았는데 예상대로 감기 몸살이었다. 의사 선생님 왈, 감기는 몸이 쉬어 달라는 신호입니다. 가끔은 쉬면서 사세요.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나? 쉬면 목구멍에 풀칠하기 어려우니까 그리 못하는 거지. 속편한 말씀은? 집사람도 내 뒤를 이어서 같이 진료를 받았다. 나와 같은 증상이었다. 간병하다가 나한테 옮은 것 같다고 했다. 집사람은 목까지 아프다고 했다. 그것 참 쌤통이었다. 아픈 사람 그리 구박하더니.

 

나에게는 5일치 약 처방을 했고 집사람에게는3일치 약 처방을 해주었다. 비상용으로 약을 쟁여 두려고 집사람도 5일치 처방해 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 다 쎈 주사를 맞고 계산하고 병원을 나왔다. 집사람과 보신도 할 겸 6천 원짜리 뷔페를 먹고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 왔다. 밥을 먹고 약을 먹어선지 또 다시 비몽사몽간 잠에 빠져 들었다. 그동안 못 잔 잠 실컷 자려나? 못 간 봄날 산책은 다음으로 패스다.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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