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환이가 다음 주 화요일 국어 시간에 모둠별 토론 대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 학교 다닐 때와는 수업 방식이 많이 달랐다. 토론 대회 주제는 "시간 여행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였다. 모둠 구성이 5명으로 이루어졌다. 토론하는 날에 자신의 생각을 적은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재환이는 모둠 구성원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아 정리해 제출해야 했다. 각자의 생각을 종합하는 것이 어려운데 그 일을 왜 맡았을까?
재문이 때는 수행 평가를 많이 봐 주었는데 재환이는 거의 봐 주지 못했다. 재문이의 부탁도 있고 또 수행평가에서 점수 받는 방법을 알려도 줄 겸해서 재환이의 정리 내용을 검토했다. 어렸을 때 여러 방면의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모둠 구성원들의 주장을 잘 정리해 놓았다. 단지 시간 여행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의 개수가 적었다. 재환이와 얘기해서 하나를 추가했다. 채워 넣고 보니 글이 훨씬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재환이에게 표지 보강을 말했더니 반응이 없었다. 직접 표지 그림을 찾아 표지를 만들었다. 그림은 야후 재팬에서 가져 왔다. 재환이가 표지를 보더니 표정이 달라졌다. 재문 엄마도 주제에 잘 어울린다고 했다. 재환이에게 내용이 같아도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했다. 국어 선생님께 질문할 게 있어 보여 드렸는데 잘 했다고 하셨단다. 표지 그림을 어디서 찾았냐고 물어보셨단다.
재환이는 성격이 우직한 편이다. 나를 닮아서일 거다. 나중에 크면 보수적인 모습을 많이 가질 거다. 융통성이 없는 나의 모습을 꼭 닮았다. 자기한테 신경을 안 써 주면 삐지기도 잘 한다. 고등학생인 재환이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내 식대로 생각하는 것은 좋으나 남의 입장에서 내 생각이 어떻게 보일지 항상 생각하며 살기를 바란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니 남의 생각을 잘 살피며 생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