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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생각 에세이

선풍기

 

몇 년 전에 인터넷으로 산 우리 집 선풍기의 모습이다. 선풍기는 신일 선풍기가 최고이지만 비싸서 시지 못했다. 그 보다 한 단계 낮은 한일 선풍기이다. 여름 내내 친구 삼아서 지냈던 녀석이기에 신경 써서 사진 한 장 멋지게 박아 주었다. 선풍기가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최고의 속도로 돌아가고 있다.

 

선풍기는 여름이 제철이지만 나에겐 여름에서 가을이 제철이다. 여름이 끝나고 좀 지나면 선풍기를 치우는 것이 일반이지만 나는 찬바람이 한껏 불 때까지 선풍기를 끼고 산다. 이름에 '열'자가 들어가서인지 더위를 많이 탄다. 올 여름에도 선풍기 끼고 산 것은 물론이다. 지금도 내 옆에서 씽씽씽 열심히 돌아간다.

 

재문 엄마가 더위가 가시었는데도 선풍기를 끼고 도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는지 선풍기를 싸서 창고에 넣으려 했다. 안되지. 그냥 놔두라고 했다. 재문 엄마의 잔소리 한 마디. 올해는 언제까지 선풍기를 끼고 사시려고 이러시나요? 더위를 못 참으니 내 몸이 추위를 한껏 느낄 때까지는 선풍기를 팍팍 때야 한다.

 

올 여름에는 모기가 유달리 많다. 뭔 일인지 모르겠다. 이 놈의 모기 녀석들은 모기향을 펴도 끄떡없다. 이 녀석들 때문에 잠을 설친 것이 몇 날인지 모르겠다. 재문 엄마가 한 가지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선풍기를 살짝 틀어 놓으란다. 그럼 모기가 못 온단다. 선풍기를 트니 약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문다.

 

올해는 더위가 늦게 가시려는지 여름이 한참 지났는데 덥다. 재문 엄마 눈치 그만 보고 선풍기를 창고에 넣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여름, 가을로 나를 위해 항상 애를 써주니 고맙다. 올해는 선풍기의 수고를 서둘러 덜어주려 한다. 날씨가 곧 시원해진다고 하니 좀 일찍 창고로 보내야 겠다. 선풍기야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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