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我/일상의 미학

두껍아 두껍아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있을 모양이다. 아파트 단지에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현수막이 몇 개 걸렸다. 우리 라인은 문제가 없었다. 왜 돈 들여서 교체하려는 거야? 다른 라인에서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 나 엘리베이터를 교체한단다. 일전에 엘리베이터 교체 여부에 대한 아파트 주민 찬반 조사가 있었다. 교체 결정이 나자 엘리베이터를 어떤 모양으로 할 것인지 아파트 주민의 의견을 물었었다. 재문 엄마가 좋아하는 모던한 모양으로 선택했다. 우리 라인의 교체 기간은 5월 27일에서 6월 10일까지다. 15일간.

 

교체 한다니 우선 드는 생각이 엘리베이터 없이 오르고 내릴 일이다. 1, 2층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래도 한 여름에 공사 안 하는 것이 다행이다. 교체 기간 동안 따로 운동 안 해도 되겠다. 웬만하면 밖에 나갈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상책일 것 같다. 두 번째로 드는 생각은 마트 물건 배달이다. 엘리베이터 공사 기간이라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면 물건 배달을 해 줄까? 안 해 줄 거다. 그거 다 내가 들고 와야 한다. 혹여 재문 엄마가 아파트 상가 마트 가서 간장 하나 사오라고 하면 어떡하지? 한 대 맞고 못 간다고 버텨야 겠다. 공사 기간 중에 무거운 택배는 시키지 말아야 겠다. 20kg짜리 쌀은 절대 불가다. 미리 미리 시켜 놔야 겠다. 경비실에 택배 기사가 맡긴 쌀을 9층까지 낑낑대며 들고 올라오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버겁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좋은 것이 생기면 그 만큼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 엘리베이터 교체 기간 동안에는 강제 운동이다. 내려 올 때는 문제가 안 되는데 올라 갈 때 힘들 것이다. 이왕 하는 거 얼마나 단축 할 수 있는지 시간 재 보며 할 생각이다. 보름 정도 지나면 내 건강에 도움을 주었던 새 엘리베이터가 완성될 것이다. 새롭게 설치되는 엘리베이터는 어떤 모습일까? 이제까지 우리를 올리고 내려 주었던 엘리베이터의 수고에 고마움을 전한다. 그런데 이 녀석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거지? 철거 돼서 고철로 팔리는 건가?

' > 일상의 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사랑은 후회하는 사랑이다  (1) 2014.04.14
용산터미날전자상가  (0) 2014.04.11
다리 하나 건너면 되는데  (0) 2014.04.05
봄 청소가 필요할 때  (0) 2014.04.02
밤하늘에 뿌려진 팝콘 벚꽃  (1) 2014.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