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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난 핸드폰 판매원

 

학원 수업을 끝내고 갈 준비를 하는데 타이밍에 맞춰 학부모님이 들어 오셨다. 늦은 상담. 중2 학생을 둔 학부모님이신데 수학을 문의하셨다. 현재 과외를 하고 있었다. 1학기 기말 시험 점수는 70점대 후반이었다. 강의 횟수, 강의 시간 그리고 수강료를  말씀 드렸다. 수업 방식을 궁금해 하셔서 자세히 말씀드렸다. 학부모 상담 끝내고 마저 정리하는데 재문 엄마가 학생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우리야 좋지 뭐.

 

실은 수업 끝나고 이마트 마포공덕점에 가기로 했었다. 상담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이마트에 가기가 애매한 시간이 되었다. 집에서는 먼저 간 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꼭 살 것이 있다고 했기에 늦었지만 이마트로 향했다. 간단히 몇 가지를 살 것이어서 나는 입구 핸드폰 진열장 뒤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재문 엄마가 애들 간식거리, 고추장, 강아지 사료 등을 사는 동안 나는 인터넷을 검색 했다.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하는데 앞에서 누군가 불렀다. 눈을 들어 보니 나이 지긋한 양반이 나에게 핸드폰 가격에 대해서 물어 봤다. 내가 알 턱이 있나? 나도 손님인데. 다리가 아파 문 닫은 핸드폰 가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같은 손님임을 알아챈 사람은 당황한 모습으로 밖으로 나갔다. 내가 핸드폰 가게 직원처럼 보였나? 그렇게 내가 젊어 보이나? 하긴 애들과 함께 하니 많이 늙어 보이지는 않는다. 기분이 썩 괜찮았다.

 

한 번이 아니었다. 핸드폰 가게 직원으로 몇 사람이 착각했다. 재문 엄마에게 얘기하니 핸드폰에 대해 설명 좀 잘 해주지 그랬냐고 대답했다. 뭘 알아야 설명해 주지. 문제 설명을 잘 하니 뭐든지 설명을 잘 할 줄 아나 보다. 학원에 있을 때는 원장이요 핸드폰 가게 의자에 앉아 있을 때는 핸드폰 가게 직원이 된다. 그럼 내가 떡판을 떡메로 잘 치면 떡장수가 되는 건가? 떡고물 주무르듯 세상을 주무르고 싶다. 곧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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