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MBN에서 11시에 하는 '아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처음에 프로그램 이름을 듣고 맛집 소개 프로그램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궁이는 '아주 궁금한 이야기'의 앞 글자를 딴 것이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정치, 경제, 연예, 사회 등 폭넓은 분야의 이야기를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과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라고 프로그램을 소개 하고 있었습니다. 학원 수업 끝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재문 엄마와 가끔 '아궁이'를 봅니다. '아궁이'라는 말 때문에 예전에 외가집에 가면 볼 수 있었던 아궁지가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은 집을 다시 져서 그때 있던 아궁지는 없어졌습니다.
어렸을 때 외갓집에 놀러 가면 아궁지 불 때는 것은 내 차지였습니다. 연기만 한가득 만들어내 눈이 매웠지만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외숙모님이 나가서 놀라고 해도 마냥 그 자리를 버텼습니다. 부지깽이마저 태워 먹고 얼굴이 숯검댕이가 되어서야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마당에서 잠깐 놀고 있으면 가마솥 밥이 다 되었습니다. 배가 불러도 자꾸만 자꾸만 먹던 그 밥맛이 그리워집니다. 밥을 다 먹고 먹던 누룽지 맛을 그 무엇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군불에 구운 밤,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먹다 보면 밤이 점점 더 깊어 갔고 우리들의 이야기도 맛을 더해 갔습니다. 외사촌들과도 만난 지 오래입니다. 한 번 봐야 겠습니다.
얼마 전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터넷, 스마트폰, TV에 시간 낭비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요즈음 애들은 스마트폰에 빠져 너무 기계 친화적입니다. 시현이와 재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폰을 끼고 살아 제가 주의를 많이 줍니다. 애들이 커서 무슨 추억을 갖게 될지 걱정입니다. 인터넷하고 게임하고 스마트폰 만지작거리고. 이런 것들만 추억으로 갖고 있으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아궁지 앞에서 매운 연기 속에서 사촌들과 도란도란 얘기 하며 느꼈던 정겨움을 애들은 무엇에서 느낄 수 있을까요? 애들도 자기들 방식으로 추억을 쌓아 가고 있겠지요? 사람들 간의 정을 느낄 줄 아는 아이들로 커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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