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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생각 에세이

사람

 

안철수 씨가 대통령 후보로 한참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였다. 대학 선배와 식사를 하는데 안철수 씨를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다. 당연히 내 대답은 모르겠다 였다. 뜬금없이 물어 본 질문에 당황했었다. 난 사람들을 이렇다 저렇다 쉽게 판단하지 않기에 뭐라 말하지 않았다. 몇 가지 제한된 근거를 갖고 한 사람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성을 쉬이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보였다.

 

김호월 교수.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겸임 교수이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에 대한 막말로 며칠간 비난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다. 9KBS의 사과와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밤을 지새운 세월호 유족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세월호 주인인가? 왜 유가족은 청와대에 가서 시위하나? 유가족이 무슨 벼슬 딴 것처럼 쌩 난리친다. 이래서 미개인이란 욕을 먹는거다"라고 적었었.

 

시현이도 자기네 학교 교수 일이니 이 사건을 알고 있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없음이 한탄스럽다. 교수 채용 시스템이 완전하지 못한가 보다. 타인을 배려함이 없이 나만을 생각하는 것에 화가 난다. 가르침은 상호작용인데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쳤을지 못내 궁금하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만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광고홍보를 전공한 사람이 왜 이런 양태의 행동을 취했을까?

 

김호월 교수는 대학원 원장님께 사의를 표명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김호월 교수는 자기가 사직했음을 전하며  말을 덧붙였다. "더 이상 학교에 대해 항의전화를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부터 저는 더 이상 학교의 교수직 신분이 아님을 밝혀 드립니다. 저와 저희 가족에 대해 협박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탁하는 얘기인지 아니면 현재 상황이 못마땅하다는 얘기인지 분간이 선뜻 가지를 않는다.

 

김호월 교수는 학교, 자신, 가족에 대해 언급했다. 사람이 나와 내 것, 내 주위의 사람, 내 주위의 것에 대해 애착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서려 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김호월 교수는 글의 끝에 끼어 넣듯 유가족에게 사죄를 했다. 글의 첫 부분을 사죄의 글로 시작했어야 했다. 김호월 교수의 사죄는 구차하고 천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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