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딘스키의 "묵직한 붉음"이란 그림입니다. 칸딘스키는 러시아 출신의 화가로 추상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화려한 색체와 다양한 도형들이 보기 좋아 가까이 했던 그림입니다. 학원에 걸면 좋을 것 같아서 갖고 갔는데 학원에 어울리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한 쪽에 치워 놓았었습니다.
"묵직한 붉음"은 집 근처에 있는 이안아트에서 구입했습니다. 강렬한 색조와 기하학적인 공간 분할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인 그림이었습니다. 만난 지 5년 쯤 되었는데 지난 주 토요일에 이 녀석과 영영 이별을 고했습니다. 처형네 놀러 가면서 이 그림을 선물로 가져갔습니다. 무거웠습니다.
집사람이 너무 좋은 그림이라며 다른 그림 갖고 가자고 했는데 그냥 가져갔습니다. 내가 아끼는 것을 선물로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큰 맘 먹고 인천까지 들고 갔습니다. 좋은 그림 가져가 처형네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림 걸릴 자리를 추천까지 했습니다. 생색 엄청 냈습니다.
시간이 늦어 밤 10시 반 쯤 처형네를 서둘러 나왔습니다. 그림을 놓고 오니 마음이 휑했습니다. 몹시 아끼던 그림이어서 그랬나 봅니다. 20년 전 쯤에 처형네에 선물한 액자가 아직도 걸려 있으니 안심이 됩니다. 좋은 데 걸려 많은 사랑 받기를 바랍니다. 이 녀석아, 가끔 보자. 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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