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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생각 에세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던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1604)께서 다음과 같은 임종게(臨終偈; 입적할 때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나 글)를 남기고 85세의 나이로 열반하셨다.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아 잠이 든 듯 입적(入寂) 하셨다고 한다.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죽고 살고 오고 가는 것이 모두 그와 같도다

 

재문 엄마 생일이 음력 3월 20일입니다. 재문이가 양력 3월 20일인 줄 알고 밤 9시가 다 되어서 축하 전화를 했습니다. 수업하며 재문 엄마와 재문이가 전화 통화하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수업하느라 재문이 전화를 못 받았습니다. 왜 이리 아등바등 사는 건지. 엄마 생일 기억하려 애쓰는 재문이가 고맙습니다.

 

구름이 보고 싶어 집에 와서 다용도실 창을 열었습니다. 다 살면 삶은 실체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 나의 삶은 실재적 의미를 갖습니다. 인간이기에 그것을 초탈하지 못할 것입니다실체가 없다는 삶을 아등바등 사는 것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난히 구름이 다가서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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