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가끔 수모를 당했지만 그래도 편히 쉬어 갈만 한 곳은 역시 서당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김삿갓은 서당을 찾았다. 초청해 온 훈장을 탐탁히 여기지 않았던 집주인은 김삿갓을 만나자 그의 재주를 알아보고 며칠을 환대하며 훈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 자유분방한 시인에게 훈장이란 가당치도 않았다.
訓長
世上誰云訓長好 無烟心火自然生 세상수운훈장호 무연심화자연생
曰天曰地靑春去 云賦云詩白髮成 왈천왈지청춘거 운부운시백발성
雖誠難聞稱道賢 暫離易得是非聲 수성난문칭도현 잠리이득시비성
掌中寶玉千金子 請囑撻刑是眞情 장중보옥천금자 청촉달형시진정
훈장
세상에서 누가 훈장이 좋다고 했나 연기 없는 심화가 저절로 나네
하늘 천 따 지 하다가 청춘이 지나가고 시와 문장을 논하다가 백발이 되었네
지성껏 가르쳐도 칭찬 듣기 어려운데 잠시라도 자리를 뜨면 시비를 듣기 쉽네
장중보옥 천금 같은 자식을 맡겨 놓고 매질해서 가르쳐 달라는 게 부모의 참마음일세
김삿갓은 답답한 심정을 시로 토해내면서 따분한 감정을 떨쳐버리기 위하여 뒷동산에 올라갔다. 내일 아침에는 슬며시 떠나야 겠다고 작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동산 위에는 玩月亭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있었다. 날은 이미 저물어 해는 지고 둥근 달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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