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목요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서부교육지원청 소재 학원장 연수가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연수다. 보통 이맘 때쯤 인근의 한 장소에서 열린다. 녹번역까지 전철을 탔고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서 연수 장소에 도착했다. 오전 10시까지 였는데 꾸무럭거리다가 7분 늦었다. 사실 연수 시작은 예정 시간보다 항상 늦다. 그래서 조금 여유를 부렸던 거다. 커피 한잔 마시고 들어가니 연수를 막 시작했다. 첫 번째 강사는 웃음 전문가였다. 그 사람이 할 말은 뻔했다. "웃어라." 강연하며 혼자 앞에서 웃고 난리를 쳤다. 우리 보고 따라 웃어 보라고 했다. 몇몇 용감한 학원장들만 조그맣게 따라할 뿐 반응이 시원찮았다. 혼자서 쩔쩔 매는 게 안쓰러워 따라 웃어 줬다. 한 시간 쯤 웃고 났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웃음이 좋긴 좋구나 라고 생각하며 학원으로 돌아 왔다.
배운 것 그냥 썩힐 내가 아니기에 학원에 돌아와 강의하며 애들에게 써먹어 봤다. 학원생들에게 따라 해 보라며 한 바탕 웃어 제꼈다. 나를 보는 애들 표정이 수상했다. 원장 선생님 왜 이러시지? 혹시 뭐 잘 못 드신 거 아녀? 애들 표정 개의치 않고 연거푸 두 번 웃어 제끼니 애들이 더욱 긴장을 했다.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다시 한 번 크게 과장되게 웃었다. 집사람이 강의실로 급하게 쫓아 왔다. 애들과 똑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내가 평소에 그렇게 안 웃었나? 내가 웃는 게 그렇게 낯설은가? 그래도 이 정도에서 그칠 내가 아니었다. 일일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시키면서 크게 웃어 보라고 했다. 애들이 마지못해 떨떠름하게 웃었다. 아, 나도 잘 웃지 못하지만 애들도 웃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구나. 끝까지 밀어 제낀 덕에 간만에 학원에 웃음꽃이 피었다.
한바탕 웃고 나서 하는 수업이라 수업 분위기가 좋았고 수업의 속도감도 있었다. 옆 강의실에서 강의하는 집사람의 목소리도 덩달아 경쾌했고 힘이 실렸다. 순간 머리를 깊이 파고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학원 수업 시간에 인상 박박 쓰지 말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수다스럽자. 애들도 원장 선생님이 화 안내고 웃으니 얼마나 좋아 하는가? 이 참에 학원 이름을 '웃는 학원'이라고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이 녀석들아, 이제 우리 공부 웃으며 즐겁게 하자. 힘든 공부 찡그리면서 하면 더 힘들어 지니까 말이다. 원장 선생님도 공부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다. 가끔 화내면 원장 선생님이 우리들 공부 잘 하게 하려고 그러시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라. 힘들게 뒷바라지 해 주시는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대명학원 학원생들, 많이 웃고 열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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