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8살인 푸들이 있습니다. 요즘 푸들답지 않게 비실비실거립니다. 간식으로 주던 모이스트 치즈버거가 다 떨어졌습니다. 미루다 미루다 비실거리는 것이 배기 싫어 오늘 남대문시장 애견용품 도매 상가에 갔습니다. 오래간만에 갔습니다. 한 박스에 7천 원씩 두 박스를 샀습니다. 두 개를 덤으로 받았습니다.
원래 남대문 시장에 오면 안쪽 반찬 가게에 가서 몇 가지를 사는데 오늘은 들를 시간이 없었습니다. 버스 타러 가다가 반찬 가게가 보여 깬잎만 간신히 샀습니다. 나온 김에 지하철 타고 이마트 용산점에 서둘러 갔습니다. 버스를 타려 하니 집사람이 지하철을 타자고 했습니다. 집사람은 버스 타는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이마트에 가니 끝물 수박이 있었습니다. 한 통에 만 4천 9백 원이었습니다. 수박은 그 모습만으로도 든든한 녀석입니다. 아직도 뽀대를 뽐내고 있었지만 수박 주위에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면 이 수박도 제철 과일이 아닐 겁니다. 가을로 접어들면 사과, 포도, 자두, 무화과, 석류가 우리 입을 즐겁게 해 줄 것입니다.
집사람과 함께 이마트를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간간히 비가 오겠다는 일기예보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살짝 여문 비였습니다. 여름의 끝이자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비였습니다. 이마트에서 산 물건을 양 손에 들고 비를 맞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이 비가 영글면 가을을 한창 지나고 있을 겁니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용산역에 내렸습니다. 서둘러 학원으로 왔습니다. 집사람은 장본 것을 들고 집으로 갔습니다. 적게 온다기에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공덕역 10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기다리니 마을버스가 왔습니다. 비 맞지 않으려고 재빠르게 탔습니다. 마을버스 밖을 보니 비가 호랑이 장가가는 날처럼 찬찬히 내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