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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꽁이와 깡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꽁이와 깡이입니다. 고등색 녀석이 꽁이이고 하얀색 녀석이 깡이입니다. 이사 오기 전부터 키웠으니 우리와 함께 한지 한참이 되었습니다. 한 8년 쯤 된 것 같습니다. 깡이는 한 달 좀 넘어서 우리 집에 왔고 꽁이는 두 달이 넘어서 우리 집에 왔습니다. 예방 접종을 직접 해 주었는데 2차까지 하고 3차부터 못 해 주었습니다. 5차까지 해줘야 하는데 지금도 이 녀석들한테 미안합니다. 꽁이는 딸 아이가 좋아하고 깡이는 아들 녀석들이 좋아합니다.


꽁이는 애프리 푸들입니다. 처음 왔을 때 엄마 보고 싶다고 밤에 하도 낑낑 대서 엄청 구박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는 애견센터 사장한테 부탁해서 분양 받았는데 너무 어렸을 때 데려 왔습니다. 꽁이는 우리 집에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장에서 나오면 좋다고 높이 높이 뜁니다. 한 번은 장에서 뛰다가 장 밖으로 쑥 나온 적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는지 털이 희끗희끗해지면서 예전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펄쩍펄쩍 잘 뜁니다. 깡이보다 서열이 위입니다. 깡이 밥도 먹어 치워 가끔 집사람한테 구박을 받습니다.


깡이는 말티즈입니다. 집사람이 깡이 눈이 참 예쁘다고 말합니다. 말티즈답게 새침데기입니다. 곁을 잘 주지 않습니다. 장에서 내 놓으면 좋아하는 피카추 인형을 찾아다가 놉니다. 그게 싱그렁해지면 자리 잡고 엎드려 물끄러미 우리들을 바라봅니다. 서열에서 꽁이에 밀려 있습니다. 모든 것이 꽁이 다음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반란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서로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뒷다리가 가끔 마비가 되어 우리 애를 태웁니다.


사진 속에서 두 녀석이 위를 쳐다보고 있는 것은 집사람이 모이스트 치즈 간식을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두 나대서 사진 찍으려고 집사람에게 치즈 붙들고 있으라고 부탁했습니다. 모이스트 치즈는 이 녀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입니다. 가까이에 던져 주기도 하고 멀리 던져 주기도 합니다. 서로 먼저 먹으려고 난리입니다. 그게 그렇게 맛있나? 식탁에서 밥 먹으며 몇 번 주었더니 식탁에 앉으려 하면 치즈 간식 달라고 야단입니다. 안주면 지나가다가 내 다리를 툭 건드리기도 합니다. 물론 평상시에는 본 척도 하지 않습니다.


꽃샘 추위도 지나가고 봄이 한참입니다. 아파트 정원에 벚꽃이 한 가득입니다. 자목련도 피었고 철쭉도 피었습니다. 내일은 이 두 녀석들과 산책 좀 해야 겠습니다. 밖에 데리고 나가면 그리 좋아하는데 산책시켜준 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아파트 앞에 멋진 산책길이 있는데 미세 먼지와 황사가 없는 날을 골라 가끔이라도 산책을 시켜 줘야 겠습니다. 개의 수명이 10~15년이라고 합니다. 반환점을 돌은 나이입니다. 너무 나댄다고 구박하지 말고 이제 잘 해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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