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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네 이야기/가족 풍경

버르장머리

 

어제 남평화 시장으로 시현이 가방을 사러 갔다. 가방이 다 헤졌다고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남평화 가방 상가까지 10분 정도 걸어야 했다. 상가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 빨리 갔다. 도착하니 문을 닫은 집이 군데군데 보였다. 지하로 내려갔다. 시현이를 앞장세우고 가방을 둘러 봤다. 온천지가 가방이었다. 하지만 시현이가 사려는 백팩 가방은 많이 없었다. 

 

한 쪽 구역을 뒤지고 쪽문 비스무리한 곳을 통과해서 다른 구역으로 넘어 갔다. 얼마 안 들어가서 시현이가 마음에 드는 가방을 찾아냈다. 한 개는 만 원, 한 개는 8천원의 가격이 붙어 있었다. 엄청 쌌다. 여주인에게 가방 가격을 확인하니 각각 만원, 만 5천원이라고 했다. 붙어 있는 가격은 도매가격이었나 보다.

 

흥정을 하고 가방 가격을 치르려고 돈을 꺼내는데 남자 직원이 와서 문을 닫아야 하니 사려면 사고 말려면 마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도매 상가라는 것은 알고 왔지만 사장이 소매로 팔려고 대든 것을 보면 소매를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배가 부른 모양이었다. 가격은 가격대로 붙여 소매가격을 받으면서 야단이었다. 내 돈 갖고 내 가 사는데 이런 푸대접이라니. 그냥 나왔다.

 

1층으로 올라와서 가방을 찾으니 마음에 드는 가방이 없었다. 우선 내 가방을 샀다. 숨을 돌리고 다시 지하로 내려가서 가방을 살폈다. 시현이가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가방이 없는 눈치였다. 이를 어쩌나. 오늘 사야 하는데. 집사람이 아까 그 집 가서 그냥 사자고 했다. 버르장머리가 실종된 집에서 사자니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그냥 사기로 했다.

 

그 집에 가니 다행히 아까 여주인과 남자 직원은 없고 멤버 체인지가 되어 있었다. 이거 이거 달라고 해서 붙여 놓은 가격대로 도매가격 비슷하게 사고 나왔다. 시현이가 무척 좋아했다. 상가를 나오면서 만 원짜리 지갑도 하나 사 주었다.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 때문에 기분이 꿀꿀했지만 가방과 지갑을 사서 좋아하는 시현이를 보고 잊기로 했다. 집에 오며 그렇게 장사하고 망하지 않는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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