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가늘고 긴 대를 줄로 엮거나 줄 따위를 여러 개 나란히 늘어뜨려 만든 물건이다. 주로 무엇을 가리는 데 쓴다. 햇볕을 가리는 데 쓰는 발은 갈대 또는 대오리를 삼끈이나 실로 엮어 만드는데, 바람이 잘 통하므로 매우 시원하다. 이것은 대의 마디를 무늬로 하여 엮기도 하며 한복판에 ‘喜(쌍희)’자 모양의 무늬나 ‘壽(수)’자 또는 ‘福(복)’자 무늬를 놓는다.
주위에 ‘卍[완]’자를 놓으며 완자 바깥쪽에는 다시 남색 모단(毛緞)으로 선을 두르기도 한다.
오늘도 본격적으로 모내기가 시작된다는 소만이다. 어제처럼 햇빛이 좋다. 여름에 쓰려고 누군가 담벼락에 발을 널어놓고 빨래 말리듯이 말리고 있다. 눅눅함을 없애기 위함이리라. 발을 보니 어렸을 때 외가에 가서 여름에 발을 쳐 놓고 한 잠 신나게 자던 것이 생각난다. 문득 깨어났을 때의 그 낯설은 기분은 지금도 새롭다. 한 잠 자고 나면 작은 아저씨가 우물가로 데려가 그 속의 두레박에 넣어 두었던 수박을 주먹으로 깨쳐 주곤 했었다. 그 시원한 수박 맛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발을 치고 뻐드러지게 자던 그때가 그립다. 그렇게 곤히 자본 기억이 멀다.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기 때문일 게다. 내 안의 일은 어떻게 내가 추스르겠는데 내 바깥의 일은 어찌할 수가 없다. 요즘 설레발치는 녀석들 때문에 더 정신이 없다. 뻔히 드러나 보이는 속셈으로 설레발치니 꼴사납다. 날 더운데 시원하게 발은 쳐라. 하지만 잔머리 굴리며 설레발은 치지 마라. 더 더워진다. 올곧게 선비처럼 살다 가신 외삼촌이 이 꼬락서니 보면 뭐라 하실까? 오늘따라 외삼촌이 많이 보고 싶다. 하늘나라에서 잘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