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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일상의 미학

따뜻한 낙타 장갑

 

오토바이를 타던 때부터 습관이 들어 칼라 목장갑을 끼는 게 편하다. 겨울에도 칼라 목장갑을 끼고 다닌다. 집사람은 사준 가죽 장갑 끼지 않고 목장갑 끼고 다닌다고 항상 불만이다. 난 목장갑이 손에 착 잘라 붙어 좋고 생각보다 따뜻해서 좋다.

 

 

안산 사는 고향 친구가 얼마 전에 학원에 왔다. 칼라 목장갑을 낀 것을 보고 촌스럽게 목장갑 끼고 다닌다고 놀려 댔다. 제기랄. 왜 내 목장갑 갖고 이리 야단들이람. 친구 녀석이 자기 장갑 한 번 껴 보라고 나에게 주었다. 낙타털 장갑이라고 했다. 낙타털로 짠 장갑도 있었나? 별 것이 많다.

 

 

인터넷 쇼핑몰 검색을 해 보니 낙타털 장갑이 몇 개 나왔다. 그 중에 selh 고급형 두꺼운 낙타털 장갑이 눈에 띄었다. 가격은 12,900원이었다. 야크털 장갑도 있었는데 14,900원이었다. 야크털 장갑은 나중에 구매하기로 하고 패스했다. 판매처가 궁금해서 'selh 고급형 두꺼운 낙타털 장갑'이라고 검색하니 SELH 행복한 사람들 홈페이지가 나왔다.

 

 

SELH 쇼핑몰에서 낙타털 장갑을 갈색, 베이지 계열로 한 개씩 샀다. 6만 원 이상이면 택배비가 무료라고 나와 있었다. 집사람이 택배비 아까라고 해서 일반형 얇은 낙타털 양말/야크털 양말 선물 세트를 추가로 샀다. 낙타털 양말 2개와 야크털 양말 1개로 구성되어서 27,000원이었다. 집사람이 지나가다 털실이 있으면 사라고 했다. 딸아이 목도리를 짜겠다고 했다. 찾아보니 털실을 판매했다. 낙타털 뜨개질실 두 개를 샀다. 개당 19,500원이었다.

 

 

사다보니 구매액이 6만원을 훌쩍 넘어 10만원 가까이 되었다. 집사람이 거기까지라고 했다. 나에게 지름신이 또 내린 모양이었다. 집사람에게 캐시미어털 양말 좀 사면 안 되냐고 하니 말대꾸도 안했다. 섬유의 보석이라는 말에 확 끌렸었나 보다. 캐시미어라는 말을 들으니 어렸을 때 덮던 캐시미어 이불이 생각났다. 집사람이 안 된다고 하니 여기까지 사야 한다. 에이구, 불쌍한 내 신세.

 

 

주문하니 바로 다음 날에 택배가 왔다. 아파트 1층 현관문에서 택배 왔다는 알림음을 듣고 경비실로 급하게 가서 택배를 찾아 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택배 박스를 뜯고 얼릉 낙타털 장갑을 꺼내 끼어 봤다. 친구 녀석 것보다 착용감이 훨씬 좋았다. 손에 착착 달라붙었다. 낙타털로 짠 거니 당연 따뜻했다. 몽골표 낙타털 장갑을 끼어 보다니 신기했다.

 

 

낙타 털실은 내 것이 아니어서 방구석에 던져 놓았다. 집사람이 자기 것을 처박아 놓았다고 투덜거렸다. 집안 청소 하다 말고 낙타 털실 싹 챙겨 갔다. 아들 녀석과 딸아이가 뭐냐고 물어 봐서 낙타털로 짠 장갑하고 양말이라고 말해 주었다. 관심 있어 해서 양말을 한 개씩 주었다. 내가 낙타 털실 사줬으니 집사람한테 내 목도리 떠 달라고 해야 겠다. "자네, 내 목도리 떠 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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