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수업 끝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우리 동으로 올라서는 계단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아파트 슈퍼가 나를 꼬드겼다. 슈퍼로 방향을 급선회 하니 집사람이 라볶이를 해 먹자고 했다. 나도 집사람과 같은 생각이었다. 슈퍼에 들러 재료를 서둘러 사고 계산대로 향하는데 집사람이 봄동을 사야 한다고 했다. 시현이가 겉절이를 먹고 싶어 한단다. 집사람이 잘 생긴 것, 맛있어 보이는 것을 고르는데 옆에서 보니 봄동이란 녀석이 김장 하다가 버린 배추 밑동 같았다. 위의 것은 어느 녀석이 다 먹고 밑에 남은 것만 판다냐. 옆에서 물건을 정리하던 슈퍼 주인 아줌마가 내 말을 듣고서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봄동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하니 예쁜 봄동 찍으라며 속에서 뒤져 잘 생긴 봄동을 위에다 올려놓아 주었다. 근데 먼저 내가 고른 게 모양이 더 좋았었다. 요즈음 입맛이 없어서 통 밥을 못 먹는 시현이가 봄동 겉절이 맛있게 먹고서 힘을 팍팍 냈으면 좋겠다. 봄동아, 너에게 고한다. 맛있는 겉절이로 변신해서 우리 시현이 기운 내게 도와주라. 알았지?
"봄동은 봄이 제철이다. 겨울에 봄동이라. 봄과 겨울이 바뀌었나? 요즘 바뀐 게 많다. 모두 원위치."
겨울에 봄맛을 전해 주는 봄동[봄-똥]
품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배추이든지 노지에서 겨울을 나며 자라고, 속이 꽉 차지 않아서 결구 형태를 취하지 못하며, 잎이 옆으로 퍼진 개장형을 띤 배추를 가리킨다. 달고 사각거리며 씹히는 맛이 좋아 봄에 입맛을 돋우는 겉절이나 쌈으로 즐겨 먹는다. 배추보다는 조금 두꺼운 편이지만, 어리고 연하며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고 향이 진하다. 또 겨우내 먹어온 김장배추보다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즉석에서 양념장에 버무려 먹으면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비타민C와 칼슘도 풍부하여 국으로 끓여도 비타민이 덜 손상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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