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영어 수업 시간에 독해 수업을 막 끝냈는데 학생이 멋쩍어하며 음료수를 건네줍니다. 조지아 에메랄드 스위트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라떼입니다. 병이 묵직합니다. 부원장 선생님과 딸아이에게 하나씩 주었습니다. 스위트 아메리카노를 얻어 마셨습니다. 부드럽게 넘어 가지만 바디감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약간 단 맛이 났습니다.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0g입니다. 병이 너무 꽉 닫혀 있었나 봅니다. 딸아이가 병을 못 따 세게 비틀어 따주었습니다.
사실 이 커피는 학생이 자진해서 사 온 것이 아닙니다. 얼마 전부터 학생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했습니다. 더워 수업하기 힘든데 이런 때 누가 시원한 음료수 안 사오나? 너, 기말고사에서 20점 가까이 올랐는데 니가 사와라. 학생이 연짱 두 번 안 사오고 버텼습니다. 수업 시간마다 계속 얘기를 했습니다. 세 번 얘기하니 결국 오늘 사온 것입니다. 얻어 마시겠다 마음먹으면 기어코 얻어 마십니다. 카드로 사왔다는 걸 보면 엄마한테 얘기해서 카드 받아서 사왔나 봅니다. 카드로 샀다며 얼마 들었는지 모른답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습니다. 학생들이 무언가를 사오면 학원에서 문화상품권을 줍니다. 요즈음 문화상품권 주는 것이 뜸했나 봅니다. 학원에 굴러다니는 문화상품권이 지천입니다. 적당한 이유를 붙여서 줘야겠습니다. 기말고사 성적표야 한참 전에 받았으니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요새 이 더운 여름에 단어 낑낑대며 열심히 외우니 그걸 이유삼아 문화상품권을 줘야 겠습니다. 공부 열심히 한다고 문화상품권을 받아오면 학부모님들도 무척 좋아하십니다. 문화상품권 줄 때는 게임하며 쓰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성적 급상승이 있었을 때 학생들이 감사하다며 사오는 음료수 맛은 정말 꿀맛입니다. 학생과 학원이 호흡을 맞춰 방향 제대로 잡아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시험 준비를 하며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가끔 들지만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시간 아껴가며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합니다. 그리고 좋은 성적이 나왔을 때 학생들이 감사하다며 용돈 아껴서 사오는 음료수 한 병 한 병에 다시 힘을 얻습니다. 학원에 학생들이 사온 음료수 병 가득 가득 하도록 머리를 짜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겠습니다. 얘들아, 많이 덥지? 그래도 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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