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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학원 이야기

성적 향상, 우연인가 필연인가?

사진이 흐릿하게 나왔다. 무슨 사진일까? 수업하다가 보드마카를 놓쳤는데 보드마카가 화이트보드 받침대에 턱하니 걸렸다. 사진을 찍었다. 받침대에서 보드마카를 빼서 다시 걸쳐 보려 애써 봤다. 잘 안 된다. 여러 번 시도해서 겨우 성공했다. 어떻게 보드마카가 화이트보드 받침대에 걸쳤지? 우연일까, 필연일까?

 

 

2학기 기말고사가 마무리 되어가는 지금 중3 수학반 학생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3월 달에 들어왔으니 학원 다닌지 오래 되지 않았다. 대명학원에 다니며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렀다. 처음에 어머님과 상담할 때 학교 수학 점수는 40점대. 이번 기말고사 수학 점수는 94점. 그리고 지난 중간고사 수학 점수는 80점. 도화동에서 단과 학원을 하며 드물게 보는 수학 점수 상승세다. 며칠 동안 성적 올라간 이유를 생각해 봤다. 수학 성적이 왜 이리 급상승을 한 거지? 우연히 어떻게 재수가 좋아서 그렇게 된 걸까? 아니면 무슨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을까?

 

 

무슨 MAGIC이라도 부린 걸까? 마법을 부리지 않았다면 수학 성적이 그렇게 빠르게 상승하지 않았을 거다. 어제 수학 수업이 있는 날이라 유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처음에 학원에 와서 수업 받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좀 더 살펴보니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수학 문제를 즐기며 풀고 있었다. 요 녀석 봐라! 어떻게 된 일이지?

 

 

학원은 학생에게 단 한 가지만 요구했다. 창피해 하지 말고 모르면 물어 봐라. 질문을 하면 학생의 수준에 맞춰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공부를 하지 않아 몰랐던 부분을 채워가며 수학 공부를 함께 계속 했다. 중간고사 시험에서 80점을 맞았을 때 학생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학원도 깜짝 놀랐다. 80점 맞았다고? 성적이 2배가량 향상된 것이었다. 그리고 기말고사에서 94점을 맞았다. 이 점수를 듣고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기말고사를 준비하며 학생은 수학 문제 푸는 재미에 완전히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점수가 나왔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점수가 급상승했는데 아직 학생에게 잘 했다는 얘기를 해 주지 못했다. 건넘을까 봐서. 수학 마인드가 갖춰졌으니 앞으로 좀 더 수월하게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중3이라서 고1 수학도 해야 하고 할 것이 많다. 어려운 수학 문제 낑낑대며 풀며 성적 많이 올려놓았기에 날 잡아 아이스크림 한 개 사 주며 잘했다고 해야 겠다. 생각해 보면 우연히 성적이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 항상 성적 향상에는 노력이라는 필연적 요소가 따른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힘든 만큼 성적이 오른다. 힘들이지 않고 성적이 오른다는 말은 가짜며 거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