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신작로'라는 말을 많이 썼다. 집 앞 큰 길. 그곳엔 자동차도 있었고 자전거고 있었고 소가 끄는 마차도 있었다. 5일장이 서면 그 길은 온갖 것을 파는 장사치들의 차지였다. 장이 서는 날은 차도 눈치 보며 가야 했다. 그럼 장날 말고 다른 날은 누구의 차지였을까? 당연히 우리 차지였다. 신작로는 우리 운동장이었다. 다방구도 하고 오징어 찜도 하고 비석치기도 했다. 하지만 제일 재미났던 것은 뽈차기였다.
변변한 뽈도 없이 눈대중으로 그린 꼴대에서 뭐가 그리 재미있었던지. 신작로 축구장에서 태클은 엄두도 못 냈다. 축구를 하다가 발에 걸려 넘어지면 무릎 까지는 것은 예사였다. 그래도 침을 썩 발라 상처를 닦고 다시 시작했다. 뽈을 차다 보면 꼭 다툼이 있었다. 찬 뽈이 골인이냐 아니냐 하고 말다툼이 있었다. 눈대중 골대니 애매한 것이 있었다. 그래도 때가지 부리며 말이 오가면 골인지 아닌지가 금방 결정이 났다.
공을 차면 꼭 드리블에 열중인 녀석이 있었다. 가다가 꼭 뺏겼다. 같은 팀 애들한테 한 소리 들어도 헤헤거렸다. 그 때 유행하던 노래가 있었다. 다들 기억할 거다. '찼다 찼다 차범근 센타링 올렸다 떴다 떴다 김재한 헤딩 슛골인' 동네 애들끼리 길을 가며 신나게 부르던 기억이 있다. 뽈 차는 것은 밥 먹을 시간이 되어서야 끝났다. 몇몇 녀석들은 밥 먹는 것도 건너 띄고 공차는 것에 열중했었다. 지금 게들은 뭐 하는지.
신작로에서 그리 정신없이 놀아도 차사고 한 번 없었다. 요즈음은 어떤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애들이 마음 편히 놀지를 못한다. 슬픈 일이다. 세상이 바뀐 건지 사람 인심이 바뀐 건지. 애들이 맘 편히 뛰어 놀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 어렸을 때처럼 거리를 운동장 삼아서 마음껏 뛰어 놀게 할 수는 없을까? 1년에 하루라도 차를 올 스톱시키고 애들에게 그 길을 돌려주면 안 될까? 난 아직도 신작로에서 뽈을 차고 싶다.